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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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300페이지가 막 넘을 때쯤에 눈치를 챘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갔구나...저녁도 먹지 못했는데+_+' 퇴근하자마자 종각역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딱히 약속도 없었고 집에 들어가긴 뭔가 아쉬웠다. 왜? 그럴 때 있잖아. 바쁘게 막 일하고 딱 끝났는데 뭔가 허무하면서도 뿌듯한....내가 딱 그때였거든^^

잠시 쉴 요량으로 라떼 한 잔을 시키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 처음에 몇 장 맛만 보다가 약속이 잡히면 맥주나 한잔하고 들어가려 했지. 그날따라 유난히 친구들은 뭔가 일이 있었고 그냥 귀찮아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지. 그런데 몇 장을 넘기다 나도 모르게 몰입한거야. 저녁도 잊은 채 말이지. 애꿎은 라떼만 축냈지....

가끔 뉴스에서나 보는 도굴꾼들의 이야기다. 국내 최고의 자타공인 전문 도굴꾼 장기봉. 그에겐 아들이 있었는데 도굴을 하다 중국에서 잡혀 옥살이 중이다. 그의 손자, 즉 중국 감방에 있는 아들의 아들은 그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와는 인연을 끊기까지 했다. 도굴꾼으로 살면서 부와 명예는 얻었으나 자식을 모조리 잃어버린 비극의 주인공이다.

세상엔 유일한 일인자란 없는 법. 일본에서도 타고난 도굴꾼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이라부다. 그에게도 역시 도굴에 얽힌 사연으로 풀지 못한 숙명이 하나 있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한국 일본 양국의 도굴꾼들이 초조대장경을 찾기 위해 서로 트릭을 써가며 속고 속이는 한판 승부를 기가막히게 펼친다.

일본의 추리소설의 특징은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 사건에 개입하여 실마리를 풀고 마지막에 인간의 대한 스토리로 장식한다. 큰 가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엔 이렇다 할 추리소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떤식으로 스토리를 전개시킬지 사뭇 궁금했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팽팽히 잡아 끌었다. 500페이지기 넘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마지막까지 뻔한 결말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았으며 중간중간에 나오는 도굴꾼들의 화려한 손놀림과 전문용어가 침을 마르게 했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타이밍에 예상밖에 지뢰같은 사건들이 터져나왔다. 어떤 책이든, 무슨 내용이든 간에 책이 잘 읽힌다는 건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다. 잔뼈 굵은 도굴꾼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문을 쫓고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 해 공부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감각적으로 냄새를 맡아 찾아 가는 과정이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작가도 나름대로 도굴에 대해 취재나 공부를 했겠지만 도굴꾼처럼 써나가는 필력도 일품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굴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정도니까..^^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뭔가 범상치 않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이때부터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초조대장경을 찾는 사람들마다 족족 죽어버리니 이거 왜그런지 궁금하지 않으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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