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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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였더라? "상상력이 풍부하면 그 인생 참 고달퍼"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소개할 단편소설은 <멋진 추락>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 무엇일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고력과 바로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그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놀라운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우린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어떤 영상을 그리고 상상하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근데 자세히 보면 과연 그 상상들이 이뤄질까? 한번 생각해보자. 이제까지 했던 수많은 상상들 중에서 우리가 실제 겪었던 적이 있는가 말이다. 아마 기억도 나지 않을 걸?^^ 

인간의 사고 가운데 가장 훌륭하면서 동시에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놀라운 상상력은 작은 철학, 문학 등 학문적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가는 사내를 단숨에 죽게 할 수도 있고, 한 나라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머릿속에 담긴 생각은 끊임없는 자가 복제를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들을 예를 들어 볼까? 출근하는 길에 가스밸브를 열어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속 작은 의문은 곧 도시가스 연쇄폭발 사고까지 순식간에 번져버린다. 어처구니없는 상상이 심해지면 집에 들어가 확인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처럼 사람들은 지레 짐작만으로 다양한 상상들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90% 이상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더 재밌는 건 알면서도 계속해서 똑같이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정년보장을 받기 위해 심사를 기다리는 영문학 교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루성. 하버드 대학과 베이징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미국에서도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의 앞에 갑자기 불행의 상상을 시작한다. 심사 서류 가운데 마지막 인사말 스펠링이 잘못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영문학 교수가 스펠링을 틀리다니. 정년보장이고 뭐고 이제 교수로도 있을 수도 없을 것만 같다. 그때부터 그의 신경은 온통 틀린 스펠링에 쏠리게 되고 악몽은 시작된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정년보장을 받지 못하고, 아울러 영문학 교수가 영어에 미숙함을 보였으니 대학에서 쫓겨날 것이고, 이는 곧 다른 대학에도 삽시간에 알려져 자신은 매장 거라는 시나리오가 입력돼버렸다. 힘든 생활을 견뎌 여기까지 왔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아마 결혼 생활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결국 백과사전 영업사원을 뽑는 회사에 입사 면접을 보기까지 한다.+_+

혹시,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상상은 미래의 모습까지 바꿔놓을 뻔한 것이다. 다행히도 루성의 정년보장 심사는 무사히 끝났는데도 그는 끝까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상상의 나래는 망상을 넘어 현실에까지 마수가 뻗친 것이다. 

약간은 어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우리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 비록 소설이지만 분명 뜨끔한 사람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 다수 중에 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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