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 1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딘가에서 (아마 어느분의 블로그였던 것 같은데말이죠) '마징가 Z 격납고 건설 프로젝트'라는 것을 본 적이 있습죠. 당시에 든 생각이, '이런걸 통해서 자기 기업을 홍보하다니, 대단한 발상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관심이 있어도 알기 어려운 것이 실제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같은 것이며, 관심이 없다면 더더욱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기에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건설회사'는 매우 이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마징가 Z의 격납고'라는 대상을 가지고 실제 건설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타진하는 것을 넘어서, 여러가지 제반조건을 따진 견적서까지 고려한다라는 것은 실로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이사람들 홈페이지는 이곳(http://www.maeda.co.jp/fantasy/project01/01.html)이군요.

좌우간, 이 프로젝트의 내용이 책으로 나왔고 그 책의 내용이 번역되어서 출간되었습니다.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라는 흥미로운 분류명 못지않게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라는 책이름 역시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펴낸이는 '스튜디오 본프리'라는 생소한 출판사이긴 합니다만, 책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했듯 약간 들었던 것이고, 당시 매우 흥미롭게 보았던 것이라서 출판사고 역자고 뭐고 전부 제끼고 냅다 구입해버리고 말았지요.(사실 다른 책 구할때는 출판사, 역자, 판형, 표지디자인 등등을 따지는 편입니다만. -_-)

내용을 요약하면 무척이나 간결합니다. '마징가 Z의 지하격납고를 실제로 건설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구체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각 전문가들의 제안이지요. 다만, 거기에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섞여들어가면서 이야기가 가지를 치기 시작합니다.
책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마징가 Z는 일본의 성인들에게만 어필하는 만화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20~30대 역시 마징가Z를 보고 자랐으며, 그렇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마징가 Z 지하격납고 프로젝트라는 것은 수많은 한국의 '어른들'에게도 추억과 감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어릴적 마징가 Z의 '철이(쇠돌이..라고도.. 본명-_-은 카부토 코우지)'와 '김박사(본명은 유미 교수. -_-)'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중 '나중에 마징가 Z를 만들어보겠다'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며, 그렇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더더욱 각별합니다. 물론 각종 웹 사이트들에서 이런저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을 내보낸 적은 있지만 그러한 글은 어디까지나 '이건 이래서 불가능해'라는 견지에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이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즉 '만들어낸다'라는 목적을 두고 접근하고 있기에 기존의 '과학적 분석' 등등의 글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봐야겠지요. 특히나 해결방법에 조언을 주는 사람들이 실제 그 업계의 전문가들인지라 '제작에 필요한 개발/시공기간 및 견적서'가 치밀하게 짜여집니다. 그 과정에서 적절하게 섞여들어간 개그도 폭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그렇게 '사실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과 공상 사이의 간격을 0에 수렴하도록 만들어가는 모습에는 정말 몰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은 "이 책을 보는 누군가가 여기에 나온 금액과 공기를 보고도 진짜로 제작 발주를 한다면 정말 시공해주겠다"라는 말로 맺습니다. 720억원의 제작비와 수 년에 달하는 공기... 만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마징가 Z가 거기서 불쑥 튀어나온다고 생각하면 대충 납득할만한 금액이기도 합니다. (지하기지는 마에다건설, 그러면 마징가Z는 어디서.. -_-;;)

좌우간, 배달 된 그날 저녁에 바로 끝까지 읽어버렸군요. 핫핫핫.. 다 읽고 나니 뭔가 뿌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어릴적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이러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꿈틀거렸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십년 전의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현실화라는 난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지원해주는 회사가 있다는 현실에 대한 부러움이 꿈틀거립니다. 일반인들과 백만광년은 떨어져있는 '건설업'이라는 분야를 사람들 바로 앞으로 끌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환타지 영업부'를 만들어내는 회사 역시 '멋지다'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다만, 책 자체의 편집이 좀 맘에 안드는게 옥의 티랄까... 주석을 넣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는 페이지 내의 공간들, 큼직큼직한 글씨와 넓은 행간.. 읽고있으면 페이지가 지나치게 빨리 넘어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지들까지 있으니... 책 크기를 굳이 크게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프로젝트 2는 은하철도 999에서 은하철도999가 발진하는 플랫폼이라고 하네요. 홈페이지 상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나서 에필로그까지 나왔으니 곧 책으로도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책으로 나오면 이 역시 냅다 구입해 줘야지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일본어실력을 가진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ㅅ-;;; (번역기 만세!!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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