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과목을 물으면 생물이라고 답하지만, 가장 즐거웠던 과목을 물으면 당당히 수학이라고 답합니다. 이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미친거 아냐!'라고 외치신 분 분명 있을겁니다. -_-+

그런데, 머리구조가 워낙 요상한지라 역사 사(史)자 들어간 과목은 죽어라고 공부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 반면, 수학/과학 쪽의 공부는 효율이 대단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똑같은 암기과목이라도 기술은 정말 잘 되었던 걸 생각하면 꼭 암기과목이라서 못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미스테리입니다.(일례로.. 국사/세계사 쪽은 밤새 공부해서 70점 턱걸이 한 반면, 시험보기전 20분동안 교과서 읽어본 게 전부인 기술은 한 문제 틀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역사 쪽은 마음먹고 공부한다는 것을 포기했지요.)

어쨋건, 수학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즐거웠던 과목이었습니다.(특히 미적분에서는 희열까지 느꼈으니까요. 미적분에 재미를 붙이니 이를 응용하는 물리쪽도 연쇄적으로 재밌어졌고요) 그러나 고등학교를 떠난 이후 그다지 수학에 재미를 못 붙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10년전의 그 쇼크 때문이겠지요.(이건 비밀) 후후. 뭐 어쨋건.. 다시금 수학쪽에 맹렬한 재미를 유도한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입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때의 앤드루 와일즈. 아래는 아마도 그사람 사인. 사진은 좌우가 뒤집혀 있는데 그 까닭은 모르겠군요. 좌우가 안뒤집힌 사진은 여기


수백년간 페르마의 정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곁지식을 통해서 알고만 있던 어릴 적을 약간 지났을 때 외국의 누군가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더랬지요. 어떻게 증명했는지야 지금도 모르지만 당시에도 앤드루 와일즈(Andrew Wiles)라는 이름만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이름과 함께 머리속에 확실히 남았습니다. 그래서 저 책을 무심코 집어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좌우간, 얼핏 생각하기에는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한 앤드루 와일즈에 대한 이야기로만 꽉 차 있을 것 같지만, 정작 대단한 사람은 필자인 사이먼 싱(Simon Singh)입니다.

사이먼 싱

그 스스로도 입자물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기에 이공학쪽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글을 써내려갑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쉽게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는 데에 놀랐습니다. 단순히 앤드루 와일즈에 대해서 쓴 것이 아니라 수학에서 '증명'이 가지는 의미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수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그 바탕에서 페르마가 그러한 정리를 내놓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후에, 역대의 수학자들이 어떠한 발견을 통해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접근해 왔는지, 그리고 앤드루 와일즈가 어떠한 형태로 그 마침표를 찍었는지를 숨가쁘게 적어내려갑니다. 쉴 틈도 없이 몰입해서 읽었던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로 당당히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와일즈가 증명한 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전체가 아니라 그동안 수학자들이 이뤄놓은 문장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고, 또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것이 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대통일수학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주는 열쇠라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를 접하면서 흥분이 끓어오르더군요. 물론, 그러한 과정을 문외한에게도 쉽게 설명해 주는 사이먼 싱의 글재주 역시 찬사를 아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여하튼, 이제는 완전히 잃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수학에의 흥미가 또다시 생겨버린겁니다. 아마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이 책이 나와주었다면 제 진로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지금의 제 입장에서는 사이먼 싱이라는 사람에게 더욱 호감이 갑니다. 저 역시 아직 어설프지만 글장이여서일까요. 또는, 아직도 글장이의 꿈을 꾸고 있는 단순한 소시민일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그는 참 멋진 글장이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멋진 책을 읽으면 책을 쓴 사람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저 또한 그들처럼 되고싶어서일까요.

좌우간, 수학에 흥미를 가졌던 적이 있건 없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책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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