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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7.04.12 16:46
한미 FTA 반대시위로 종로의 교통체증이 극심한 주말...
골목골목에 포진해 있는 전경들 사이를 뚫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반대시위자들도 전경들도 측은하기만 하던... 그래서 맘이 짠하던 그때...
우연히 책 진열대에서 발견한 <許三觀 賣血記>...
용만오빠가 번역했다고 해서 싸인해서 한권달라고 했던 그 책이 진열대 위에 여러권 올려져 있는걸 보고
'어? 꾀나 많이 읽히나 보다고 생각했고, 내심 기쁜생각도..'
한권 팔리면 용만오빠한테 고작 400원의 이익이 남는다지만... 그래도 많이 팔리면 좋지...
읽고 나서 소감이나 말해야지 하는 맘으로 알라딘에 주문을 했는데...
이런,
생각외로 아주아주 재미나게 읽어버렸다...
발간에 부쳐진
"좆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단 말이야".
이 한문장에서
움짓... 놀라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에 상당한 기대를 했다...
왜 이렇게 아픈데는 많고,
거의 매일 한의원을 다니며 한약과 이상한 약들을 달고 사는 요즘.
"왜 이렇게 사는게 재미가 없지? 정말 재미가 없어"
이런 생각을 간혹 하던 요즘.
파기스탄 여행을 위해 산 '간다라 미술' 관련 책도.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책이라며 친구가 사준 그 짧은 책도 눈으로만 읽다가 덮어버린 요즘..
이렇게 단숨에 빠져들게 한 흥미로운 소설...
물론 픽션이겠지만,
전부 허구는 아닐것이란 생각이 든다..
'허삼관'이 일생동안 극한상황이 닥쳤을때 피를 판 이이야기는...
한편의 희극을 관람한 느낌이다.
허삼관의 어투와 소설속 인물들의 말투는 거나한 용만오빠의 말투가 그대로 반영되어 이야기를 더 사실적으로 더 잘 전달해 주었다.
적어도 내게는...
허삼관과 그의 가족 특히나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큰아들 '일락'이와 부인 '허옥란'과의 감정 전개는 격정과 연민의 극한을 보여주었다.(얼마나 감정이 동요되던지..)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희극의 카타르시스까지 맛보게 해주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거창한 희극을 소개하는 듯 하지만,
이책은 중국의 '문화혁명'의 시대를 전후로 한 어려운 시대에 賣血이란 특이한 소재를 사용하여 '허삼관'이란는 한 남자가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로 하여금 진한 인간적인 공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바쁘기만 하고,
실이 없는 현재의 내 생활에서도 단숨에 빠져들게 한,
만화 책보다도 집중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다.
용만오빠한테 400원이 아닌 4만원짜리 밥을 사야할까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