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트의 바닷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1
줄리앙 그라크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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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타고 달리듯 붕붕 진도가 잘 나가는 소설들이 내가 최후로 읽었던 놈들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시르트의 바닷가'를 읽었다. 처음엔 이 작품의 리듬감에 익숙해지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다. 뒤에는 작품은 천천히 읽어야 맛이 나는데 스토리는 너무 궁금해서 그냥 후루룩 스토리를 읽어 버렸다. 게다가 그날이 도서관 책 반납일이기도 했다. 

작품의 리듬에 익숙해지자 곧 김훈의 '칼의 노래'가 생각났다. 이런 작품도 있구나, 우아... 라고 나를 놀라게 했던 작품. '현의 노래'에서는 좀 질리기도 했던 김훈의 문체. 물론 쥘리앙 그라크의 문체가 더 복잡하긴 하지만, 내밀함을 주로 잡아내는 것, 내밀함을 묘사하는 독특한 어휘와 표현, 서사를 그 안에 숨은 내밀함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김훈과 쥘리앙 그라크의 공통점이다. 읽다보면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아 이런 느낌을 이렇게 잡아내 이렇게 서술했구나! 하고.  

세상이 각박해선지 내 마음이 너무 바쁘다. 아름다운 소설도 버거운 것이나 좀 귀찮은 것이나 심지어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슬프다. 내밀한 리듬을 잡아낼 수 없다면 내 마음도 밀도있게 알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이야 봐도 봐도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세상보다 더 난해한 것이라는 점이 참 힘들달지 재밌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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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 손뜨개
최현정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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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여러 작품 사진이 멋지게 실려 있습니다. 해당 작품 설명 페이지 안내되어 있구요, 

그 다음 기본적인 준비물부터 코 잡기, 용어 설명, 기본 뜨기 설명 등이 그림,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가사 시간에 뜨게질한 게 전부인 주제에 뜨게질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구매했는데요, 몹시 마음에 듭니다. 언젠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뜰 날이 올지, 목도리 하나로 끝날지는 뭐.... 개인적인 노력의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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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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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이 유럽을 여행했다. 아니 산책했다. 말 그대로 산책이다. 그 말은 다른 여행 가이드나 여행 서적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사실 발칙하다는 표현은 다른 여행기와 비교해서 발칙하다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별반 발칙할 건 없다.  

나는 여행기를 잘 읽지 않는다. 그 고장의 유명한 볼 거리, 견학할 곳을 사진 쾅쾅 박아대며 설명하고 그곳에서 겪은 고생이나 에피소드 좀 늘어놓고, 음식점 소개하고, 친구 사귄 이야기 해주고. 이 정도면 일반적인 여행기의 대강이 아닐까? 

이 책은 좀 다르다. 일단 사진이 없다. (여행기의 절반은 사진이 아니던가!) 사진이 없어서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지만, 다 읽고 나서는 사진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저자의 솔직함 때문일까. 저자는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간다. 대충 찾아간다. 가서 묻고 고생하며. 가서도 역이나 터미널 주변 좀 돌아보다 숙소 마련해서는 숙소 주변에서 산책하고 근처 구경 좀 하고 만다. 오로라를 보러 가서는 추위 속에 고생만 실컷 하다 결국 마지막에 살짝쿵 오로라 맛만 본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은 기억에 남고 오래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보면 여행하는 자의 느긋함과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이 여행자(저자)는 여행지를 맛보고 느끼고 체득한다. 일정과 봐야할 것의 목록에 쫓기지 않는다. 그러니 글에서도 소개해야 할 것의 목록을 글이 따라가느라 헉헉대는 일이 없다. 읽는 이 역시 느긋하게 그리고 신산스럽게('객수'란 기행문의 필수 요소가 아닌가!) 여행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여행 준비용 책으로는 영 아니겠지만 삶의 활력소로는 제격인 책이다. 

하나 더 이 책의 특징을 들자면 감동이 없다는 점이다. 휴머니티, 인간애, 연민과 동정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벌어 놓은 돈을 써서 여행을 함으로써 좀더 많은 것을 느끼고 즐기고 싶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고, 그러나 그런 뜻대로 되지 않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일부이자 공부가 되는, 그런 이기적인(따라서 정상적인) 현대인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인간애가 아니면 명품이나 명성을 좇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지적인 성장을 추구하려 발버둥질 몇 번 쳐보는 모습의 책이랄까. 

사족.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어쩌면 나 역시 저자처럼 적당히 대충 보고 밥 먹고 다녀오는 여행을 즐기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계획 짜서 이곳저곳 다니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야 한량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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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작가가 되는 길, 작가로 사는 길
박상우 지음 / 시작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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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씨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무척 좋아한다. 한때는 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마음만 있었다. 실천이 따라주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읽은 횟수도 아마 5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만 가득한 내게 "작가"라는 책은 차갑고 냉정한 현실을 말한다. 나는 읽으며 대답한다. 물론 그렇겠지-.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실천이 부족한 인간형이 낙천적인 법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매우 많다. 외국 작가의 것도 많고 국내 작가의 것도 많다. 이 책은 그많은 책 가운데 국내 상황에 충실하며 등단이라는 상황의 앞 뒤를 아울러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적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중적인 쟝르소설이 아닌 순수소설 작가의 문학生에 대한 안내라고나 할까.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아직 많은 일(이곳저곳 수강, 이모임 저모임 참여, 닥치고 습작 등)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욱이 꼭 일독이 필요할 듯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실력, 기복없는 능력 등을 강조한 점이 좋았다. 지루한 일상의 화려한 외출로 등단을 꿈꾸는 것이 아닌 작가로 살고 싶은 자에게는 그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많은 작가를 배출한 유명 모임의 선생님으로 알려진 터라 등단 필살기 등이 실렸다면 정말 재미있기도 했겠지만, 다행히 저자는 개그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소설아닌 글은 처음 읽었다. 읽다보니 저자의 소설에 묻어 있던 '꾸준함'이라는 미덕의 맛을 이제야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등단작 '스러지지 않는 빛'에서 느꼈던 별 재미 없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던 내 마음도 이제는 이해하겠다. 어쩔 수 없이 글에 녹아들어간 열정이 최고의 조미료였던 듯. 

사람의 능력은 참 이상하다. 계속 뛰면 마라톤도 뛰고 계속 쓰면 장편소설도 쓰는 게 사람이다. 인생은 재미있는데 나는 게으르다. 역설이야말로 세상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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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달리니란 무엇인가
이태영 지음 / 여래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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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농담삼아 나는 '내 뱀이는 종아리에 있어'라고 말한다. '뱀이'는 쿤달리니를 말하는 것이고, 쿤달리니 에너지가 종아리에 있다함은 하기下氣되어 종아리가 두껍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물론 쿤달리니 에너지가 잠들어 있는 곳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듯 절대로 종아리일 수는 없지만. 

쿤달리니라고 하면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생소한 단어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신비롭다 못해 무섭고 다가서기 싫은 한쪽에 치우친 탄트라와 연관된 이상한 단어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쿤달리니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이르는 말이며, 그 에너지를 잘 사용하여 정신적, 영적 변화를 꾀해 보는 것이 쿤달리니 수행의 목적일 뿐, 그 밖의 다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가란, 몸을 통해 정신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요가에 대해 단단하고 차분한 어조로 밝혀 놓은 책이다. 몇몇 책들처럼 아름다운 문체로 어떤 분위기를 주려고 시도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으로 저자의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되도록 쉬운 문장으로 필요한 개념들을 딱 필요한 만큼만 설명해 가며 내용을 전달하는 책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쿤달리니와 요가에 대해 제대로 알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단,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해를 목적으로 한 책일 뿐 수행이나 수련을 실제적으로 지도하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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