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 작가이다...아니면 여성의 감성, 상상과 경험을 제대로 공감하고 공유하고 있어서인지도... 부담없이 편안히 읽혀지는 글의 속도도 그렇지만 문득문득 가슴을...머리를 파고드는...그런 글귀들을 만날수 있다...아!! 나도 맘에 그런 막연한 생각들을 품고 있었구나...

"나는 그 여자를 누구보다 사랑했어.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어...아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런 식으로 사랑하도록 생겨먹지 않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었지. 사랑을 고백한다느니, 그리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느니, 사랑의 열병 때문에 초췌해진다느니 하는 것들은 나하고 거리가 멀었어. 사실, 나는 사랑이니 열애니 하는 말만 들어도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었어.......(중략) 그랬는데, 가장 예기치 않는 순간에 사랑이 나를 덮쳐왔어. 그것을 원하지도 믿지도 않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새도 없이 빠져든거야....내 나이 마흔두 살 때였어. 나 스스로 이미 늙었다고 생각하던 나이였지. 그 전에도 언제나 나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중략) 마흔 두살...그 나이에 인생에서 무얼 기대하겠어?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 일밖에 할게 없었어.(중략) 나는 고생을 사서 했고, 기어올라가야 할 산들을 일부러 만들어 냈어. 아주 높고 가파른 산들 말이야. 그리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산들을 올라갔고, 한 산을 정복하면 또 다른 산을 찾아 냈지. 하지만 내게 무슨 야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야....

 어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자신이 스스로를 가둬두는 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음으로 다양한 사랑을 할, 주어진 삶을 즐길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주어진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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