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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 부산지역멘토 17인의 이야기
(사)청춘멘토 엮음, 김유리 감수, 원동욱 외 인터뷰어 / 청춘멘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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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편견에 대해 생각하다.-

 

얼마 전 <청춘 멘토>에서 주관하는 출판기념행사에 참여했다. 부산경남지역 17명의 멘토들이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묶어서 책을 냈단다. 여하튼 행사에서 책을 받고 이후 한동안 박아두다가 머리도 식히고 시간도 때울 겸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에겐 개인적인 편견이 있다. 인문학 서적이나 사회학 서적 혹은 연구자나 교수가 ‘지식전달’을 목적으로 쓴 책들을 아무래도 인터뷰 모음집보단 ‘진짜 책’으로 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목표로 ‘지식’이 수단화되고 ‘축적’의 대상이 된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인가? 대학에 들어와서도 습관적으로 독서를 그렇게 해왔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진짜 독서’ 사이에 잠깐 쉴 요량으로 책을 펴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분 한 분 멘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러한 나의 독서 편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언젠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책 수권을 읽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낭만적인 말’정도로 여겼는데, 우연히도 멘토들의 인생 이야기를 읽으며 저 말이 문뜩 떠올랐다.

 

삶은 텍스트 저편의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매일 각다분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바로 ‘삶’이라는 것의 존재 형태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런 ‘삶’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책 속의 멘토들도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인생의 울타리’를 말할 때 다른 무엇보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를 회상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17명의 삶을 만났다. 교수, 치과의사, 여성운동가, 신부, 인디밴드 대표..... 등등. 다양한 직종만큼 그들의 삶의 형태도 다양했다. 어떤 교수는 학생 시절 전태일 평전을 읽고 펑펑 울었고. 어떤 치과의사는 87년 6월 거리를 뛰어다녔고. 어떤 신부는 80년 광주를 보며 아파했다.

 

우린 으레 처음 사람을 만나면, 직업, 성별, 나이 따위로 타인의 인생을 쉽게 판단하고 만다. 교수는 으레 이래야 하고. PD는 으레 이래야 하고. 시민활동가는 으레 이래야 하고. 하지만 책 속의 이들은 직업과 성별, 나이를 떠나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 한번 고민해봤다.

 

우린 다양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또래 청춘들이 가진 큰 편견은 인생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 싶다. 타인을 보며 "(저 사람은) 이렇게 살았을 거야..."라는 편견은 이윽고 자신에게 다다른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하나둘 배제한다.

 

책의 제목처럼 청춘이 '꿈꾸기'위해서는 먼저 이런 편견을 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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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가치론 - 현대 자본주의의 정치경제학
알프레도 사드-필류 지음, 전희상 옮김 / 책갈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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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가치론>을 읽다.

-추상에서 구체로 현실의 재구성-

 


2년 만에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다시 읽었다. 2년 전 별생각 없이 “개론서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샀다가 호되게(?) 당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비 전공생에다가 마경에 별 조예도 없는지라 다시 읽는데도 이해가 안 돼서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책 자체는 마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대단히 유용했다.


책은 1장 유물변증법의 방법론을 시작으로 가치, 임금, 노동력 등의 각 개념으로 점점 논리를 확장해나간다. 8장의 화폐에 이르기까지 1장에서 말한 방법론을 충실하게 적용하며 추상에서 구체로, 현실을 재구성해간다. 여기서 말하는 유물변증법의 방법론이란 우리가 현실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할 때 단지 논리적 개념을 통해서가 아닌 역사적 계기를 통하여 ‘구체’를 재구성한다는 걸 뜻한다. 이런 뜻에서 저자는 헤겔적인 ‘새변증법’을 비판하고 ‘유물론적 변증법’의 우위를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투하 노동가치설'이나 '가치형태론'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생산 영역과 교환 영역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한다. 두 가지 접근법 모두 생산이나 교환 한쪽을 특권화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가치란 모든 역사적 구성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노동 ‘일반’이 아니며, 개별 노동이 교환이나 시장을 통해서 화폐적으로 인정받는 ‘현상’도 아니다.


여기서 우린 가치의 전제가 되는 추상 노동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추상 노동은 '투하 노동가치설'처럼 모든 노동을 단지 머릿속에서 ‘추상’ 한 것이 아니다. 특정한 역사적, 공간적 조건에서 ‘추상’ 노동은 실제로 구성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에서 자본-임노동 관계의 형성을 통해 노동력은 상품 형태를 취하며 본질적으로 추상 노동이 된다. 이와 더불어 자본주의가 갖는 생산의 사회성은 상품이 교환되기 이전에 노동을 평균적 노동으로 취급하며 생산에 투입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의 노동자 A와 B는 기계화되고 조직된 생산 공정에서 개별의 차이를 뒤로하고 평균적 노동을 요구받는다.

이렇게 저자는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단계에서 자본-임노동 관계가 어떻게 가치 관계와 연결되어있는지 보여준다. 즉, 가치론은 계급 이론이자 착취의 이론이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책은 마경에서 꽤나 난해할 부분일 ‘자본의 구성’(6장)과 ‘전형문제’(7장)로 나아간다. 6장에서 저자는 OCC(자본의 유기적 구성)과 VCC(자본의 가치 구성)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제시한다. OCC는 생산과 관련된 개념이고 VCC는 교환과 관련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의는 이후 7장 ‘전형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형 문제는 마경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 중 하나이다. 가치가 생산가격으로 전형되는 메커니즘의 (다른 학자들이 보기에) 불명료성은 노동가치설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쿨하게도 가치체계에서 가격체계를 양적으로 도출하려는 이전의 분석 자체가 마르크스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마르크스는 상이한 OCC를 가진 생산부분들에서 생산가격을 통해 잉여가치가 배분되는 걸 보여준다. 이는 이윤의 원천이 잉여가치임을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지, 결코 가치에서 가격을 양적으로 도출하기 위함이 아니다. 전형을 통해 가치는 복잡한 추상 수준에서 새롭게 구성되어 생산가격이라는 개념에 다다른다. 즉 저자의 말처럼 “전형의 역할은 사회적 노동의 형태의 더 복잡한 수준에서의 규정을 가능하게 하고 경제 전체에 걸친 노동과 잉여가치의 분배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유물론적 변증법’의 방법론에 따라 여러 추상 수준에서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질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런 방법은 기존의 경제학적 접근, 요컨대 개념들 사이의 양적 관계 도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양적인 접근이 현실과 동떨어진 순수한 개념들의 연역에 불과하다면 대관절 그런 이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장에서의 비판처럼 순수한 개념만의 세계는 없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론에 불과하다.


현실과 괴리된 이론은 종종 이론가의 ‘완전한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하지만 거기엔 역설적이게도 상상력의 보장이 아닌 편협한 독단론으로 빠질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에 옮긴이(전희상)도 해제를 통해 마경의 이론적 과제가 추상(자본주의의 본질)의 해명보단 현실의 재구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이론은 잿빛이고, 빛나는 것은 생명의 푸른 나무뿐이다.”라는 파우스트의 구절이 다시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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