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치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금성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미들마치>>(이가형 역)를 읽은 게 이십 년 전의 일이다. 번역 면으로는 그리 개운치 않은 책인데, <<미들마치>> 완역본이 국내에 아직도-그러니까 이십 년이 흘렀는데도-없으며, 이 발췌본 또한 금성사 판본을 참고했다고 하여 구매해놓고, 많이 놀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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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0:25) 어떤 율법 교사가 일어서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말하였다.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느냐? 너는 어떻게 읽었느냐?" 그가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옳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그 율법 교사는 자기가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예수님께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가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것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하자, 에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종교의 유무를 떠나 누가(루카)복음에 나오는 이 유명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하면, 누구나 이타적 선을 실천한 훌륭한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사마리아인'의 이름을 빌린 그럴듯한 단체들도 많다. 이 짧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율법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의 그릇은 이정도였다. 

 

런데 작년에 리처드 할로웨이의 『성경』이란 책을 읽다가, 몰랐던 부분을 드러내는 확장된 해석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이 이야기의 핵심에 자리잡은 놀라운 내용을 발견해내려면 밋밋하기만 한 표면을 읽어서는 안 되고 (물론 그렇게 읽어도 좋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배후를 파헤쳐야 한다. 필자가 처음부터 주장하고 싶은 점은 이렇다. 이 작은 이야기는 진실하지 않은 종교-그러니까 율법 같은 것을 잘 지키지 않는 것-는 위험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한 종교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이야기가 찌르고자 하는 중요한 핵심이다."

 

리처드 할로웨이가 말하는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 사마리아 인이 여행자를 발견하기 전에 그 여행자를 지나쳤던 사람 둘이 그냥 행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여행자를 발견한 사람은 사제였다. 이스라엘에서 사제는 종교적이고 경제적인 특권계급에 속했고, 그들은 제의적으로 정결치 못하게 되는 것을 무척 꺼리고 손수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하느님의 완전성을 모방하여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더러운 인종, 더러운 음식, 정액과 월경 피 같은 더러운 액체, 옷을 만들면 안 되는 재료들, 피부병 그리고 시체 등으로 대변되는 오염의 원천들을 철저히 피해야만 했다. 이런 것들과 조금이라도 닿게 되면 그 즉시 일종의 제의적 부정에 빠졌으며 이렇게 더러워진 사람은 성전 제의에 참여할 수 없고, 제의적으로 깨끗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접촉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제 다음으로 여행자를 지나쳤던 사람은 레위인이다. 레위들은 성전의 천막뿐 아니라 음악, 향, 거룩한 빵 등 전례에 관한 사항들에 책임이 있는 평신도 협력자들로서 이들도 성전 제의에 참여하는 일원이었다. 

강도에 당해 쓰러진 여행자를 만난 날,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가던 사제와 레위인의 삶은 정화 규정들로 인해 제한되어 있었고, 언제나 심리적으로 쉼 없이 정화 규정에 예민하게 각성되어 있을 것을 요구 받았다.

 

사실 사제나 레위인도 쓰러진 여행자를 본 순간,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테지만, 그보다 이 낯선 사람이 제의적으로 깨끗한가 하는 의문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자가 강도를 만나 쓰러졌던 길목이 어디였는가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건 예루살람에서 예리코로 이르는 길이었는데 사제나 레위들은 예리코 근처 요르단 계곡에 언제든 내려가 조용히 쉴 수 있는 땅을 갖고 있었고, 성전이 있는 예루살람에서 바쁜 시기가 지나 며칠 동안 요르단 쪽으로 쉬러 내려갈 때, 그들은 따로 난 길을 이용하곤 했다. 아마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제나 레위인은 일을 끝내고 나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요르단 계곡에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기 위해 그 길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사제는 종교적으로 신중한 계산을 해야 했다. 그가 성전으로 돌아가 다시 깨끗하게 되려면 가족과 보낼 사흘짜리 휴가는 날아간다. 또한 여행자가 역겨운 사마리아인 같은 더러운 민족에 속한 자로 판명된다면 더더욱이 여행자를 만진다거나 여행자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튀어서는 안 되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레위인은 직속상사가 먼저 간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냥 지나쳐간 보스의 결정을 눈으로 보았다. 자신의 상사가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그도 계산을 해본 후에 같은 결론을 내린다. 그 또한 제의적으로 안전거리를 지키며 길 건녀편으로 지나쳐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이 사마리아인이다. 방금 전에 이 길을 지나간 사제와 레위와는 제의적이고 사회적인 적이지만 그 역시 토라를 지키고 그 역시 정화 규정을 실행하고 그 역시 더러워질 위험을 꼭같이 안고 있다. 그런데 그는 신중하게 길 건너편으로 지나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영어에는 이 사건의 폭발적 성격을 잡아낼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할로웨이는 말한다. 영역으로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he was moved with pity."라고 되어 있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을 설명하는 그리스어 '에스플랑크니쎄'는 매우 강력한 말이다. 우리 말의 "애가 끊어진다"에 상응할 정도로. 그렇다. 길 저쪽에서 벌거벗고 피 흘리는 사람을 보고 사마리아인의 애가 끊어져버린 것이다. 하여, 사마리아인은 정화규정을 그냥 무시했다. 동료 인간을 향한 동정심이 끓어올라, 적일지도 모르는 사람과 그 사이에 놓여졌던 제의적 장벽을 부셔버린 것이다.

 

할로웨이는 말한다. 이 아주 짧은 이야기에, 우리가 빠져 있는 영적이고 윤리적 위험에 대한 예수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우리의 열정이 무질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체계를 필요로 하겠지만 그것에 초월적이고 불변의 권위를 부여할 때, 그것은 족쇄 풀려 날뛰는 열정보다 더 큰 위험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불변의 규정은 인간에 대한 보통의 동정심을 닫아버리게 하고, 동료 인간을 사람이 아니라 어떤 추상, 어떤 물건으로 취급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이런 일이 우리 양심에 일어나면 우리는 타인을 인간적 수준, 즉 우리 고유의 수준에서 대면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윤리적 규정은 알맞은 상황에서 적용할 때 선이 된다. 그 윤리적 규정이란, 예리코로 가는 도중 길 건너쪽으로 건너가서 강도를 당한 사람을 도와주면서 잠시 뒤로 접어두어야만 했던 바로 그것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선한 사라미라인의 비유는 규정이 아니라 뜨거운 마음이야말로 참되고 보편적인 인간 윤리의 기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글은 웅진지식하우스 하우 투 리드 시리즈의 『성경』이란 책의 8장에서 발췌, 변형하고 편집하여 쓴 글입니다.

 

덧) 사마리아인의 사회적 위치: 유대인은 사마리아인을 더러운 도적 인종으로 멸시했다. 사마리아인들은 기원전 722년 정복당하고 지도층 가문이 아시리아로 끌려갔을 때 그 땅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정착한 외적들과 결혼했고, 아시리아는 이들을 식민지 여러 곳에 이주시켰다. 사마리아인들은 배제된 신분이었지만, 토라를 계속해서 지켰다. 그들은 그리짐산에 그들만의 성전을 세우기도 했다. 유대인은 기원전 1세기 그 성전을 파괴했고, 그 결과 이 두 집단 간에 적대심은 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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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가 쓴 소설 작법이나 독서에 관한 책(나는 헤럴드 블룸과 프랜신 프로즈 책에서 플래너리 오코너를 눈여겨 보았었다)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인데, 이제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도착했다. 제임스 설터가 몇 년 전에 그러했듯이. 

 

작년에 문학수첩에서 낸 선집에는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강」, 「당신이 구하는 생명은 당신 자신의 것인지도 모른다」, 「뜻밖의 재산」, 「성령이 깃든 사원」, 「검둥이 인형」, 「불 속의 원」, 「적과의 뒤늦은 조우」, 「선한 시골 사람들」, 「망명자」,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아쉬운 점은 작품들이 몇 년도에 발표되었는지는 책 맨 앞장에 밝힌 저작권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작가 소개나 작품 소개도 책날개와 띠지에 간략히 나와 있는 게 전부다(연보가 없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우리나라 작가로 치면 편혜영 작가의 초기 작들은 저리 가라할 정도로 '잔혹 도덕극'을 일삼는다. 수록된 10편을 대충 상기해보자면 살인, 절도와 배신, 결코 원치 않았던 임신, 이제껏 삶을 지탱해왔던 자부심의 붕괴, 방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덮쳐버린 죽음, 내적 파멸과 소진으로 끝이 난다. 학문이든 냉소든 죽은 남편의 말이든 종교적 계율이든 자신만의 철칙과 고집이든 끊임없이 반복하고 단련하며 삶을 유지하게 해주었던 것들 너머로부터의 습격이 일순간에 작품 속 인물들을 삼켜버리고 죽여버리고 무너뜨려버린다.

 

이를테면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같은 경우,  전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고, 사고가 일어난 후에 아이들이 풀짝 풀짝 뛰며 "우리 사고 났다!"라고 외치고는 (실망한 듯이)"근데 아무도 안 죽었네."라고 말할 때부터 나는 작가의 비범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설 첫 문단에서부터 대놓고 등장하여 설마 나타날까 싶었던 탈옥범이 진짜로 나타나서 거침없이, 어느 정도는 예상과 부합하면서 또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것을 보고는 더욱 놀랐다. 와. 정말 잘 쓰는구나, 이 작가, 라고 입을 쩍 벌리는 수밖에. 입만 벌려졌나, 두개골도 쩍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오코너는 미국 조지아 주에서 태어나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문에서 자랐다. 얼마 안 되는-그 당시 남부는 신교가 득세했다-카톨릭교도였던 플래너리 오코너는 교리에 정통했고, 작품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

 

다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미스핏이 할머니를 총으로 쏜 후에 "누가 1분에 한 번씩 총으로 쏴주었더라면 평생 좋은 여자로 살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대목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그건 마치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희들의 진짜를 가리고 있는 껍데기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량한 충격 갖고는 어림없을 테지. 뚫어버리기 위해선 삶을 끝내는 총소리처럼 충격적인 그 무엇이어야 하지. 이 이야기가 너희들의 잘난 껍데기, 허위의식을 유감없이 드러내버린다면 좋겠는데.

 

이에 대해서 헤럴드 블룸은 『독서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선한 시골 사람들」에서 스스로를 헐가라 부르는 조이의 목발이 젊은 성격책 세일즈맨의 간교에 의해 뺏기는 마지막 장면에 주목하며 "우리는 잔인하리만큼 재미있는 그녀의 운명으로부터 교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녀의 일생 동안 1분마다 그녀를 유혹하여 그녀의 목발과 함께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훌륭한 여인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헤럴드 블룸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플래너리 오코너를 읽는 훌륭한 독법까지 제시한다. "내 생각에 그녀의 단편소설을 읽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그녀의 저주받은 무리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한 뒤, 거기서부터 출발하여 그녀의 기괴하고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솜씨를 즐기는 것이다. (...) 오코너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따분한 노파와, 오코너가 보기에 가톨릭 신의 은총의 도구인 살인자이다. 이 설정의 의도는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며, 실제로 그러하다. 왜냐하면 저주받은 무리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설정에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는 동안 1분마다 우리에게 총을 쏘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이 오코너의 생각이다. 오코너의 명백한 의도에 우리는 왜 화를 내지 않는가? 그녀가 지닌 희극적 재능이 분명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일부이다. 그 정도로 완전히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거의 자기 마음대로 우리를 저주해도 괜찮다."

한편 작법 면에서, 해와 달, 하늘, 나무, 강, 그리고 인물의 눈동자를 비롯한 외양을 묘사하는 작가의 탁월한 실력도 눈여겨볼 만했다. 작품마다 빠짐없이 자연 경관과 인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등장하는데, 마치 하루에 한 편씩 그런 것들에 대한 묘사를 써내라는 교사 아래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것처럼 창의적이고 변화무쌍했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사실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인물 설정이 많았다는 거다. '좋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표제작의 이름처럼 작품들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노인을 찾기 힘들었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수록된 10편 모두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문학수첩보다 몇 달 늦게 플래너리 오코너 선집을 펴낸 현대문학의 책이 있어서, 두 판본을 비교해보았다.  번역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문장을 교묘하게 쓰거나 수식이 찬란한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현대문학 판본에 딸려 있는 친절하고 성실한 역자 해설과 작가 연보를 들춰보며 대체 문학수첩은 왜 이런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학수첩 띠지에는 '고딕문학의 거장 플래너리 오코너 대표작 국내최초 출간!'이라고 거창하게 적혀 있다. 국내최초 출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른 탓일까, 고딕문학의 거장을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데 응당 뒤따랐어야 할 것들이 없어서 황당했다. 저자에 대한 소개도 아주 간략하게 책날개의 한면에만 할애했다. 독자는 이렇게 재능 있는 작가의 인생에 대해 최소한 책날개의 한면보다 많이, 알고 싶어할 것이다. 편집부 측에서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의 검색 실력을 지나치게 맹신한 것은 아닌지. 그러나 막상 '고딕문학'이라고 검색해보았자 플래너리 오코너의 작품 세계와 정확하게 부합하는 지식을 찾기란 어렵다. 그런 면에서 문학수첩 편집부는 무척 안이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고딕문학'이라고 쓴 것조차 부정확했다.

 

현대문학 판본의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대로 '남부 고딕 Southern Gothic'이라고 했어야 했다. 현대문학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설명을 옮기면 이러하다. "오코너의 남부는 '남부 고딕'이라는 문학 장르와도 연관된다. 윌리엄 포크너, 테네시 윌리엄스 등을 주요 작가로 꼽는 남부 고딕 문학은 주로 심각한 결함이나 뒤틀린 성품을 지닌 인물들이 나와서 쇠락하고 기괴한 상황을 배경으로 격렬한 사건을 일으킨다. 여기에 남부의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이 결합된다. 오코너의 작품 역시 이런 남부 고딕 소설들의 특징을 공유한다."

 

현대문학에는 30편이 수록되어 있고 문학수첩에는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현대문학에는 문학수첩에 수록된 9편이 포함되어 있다. 헤럴드 블룸이 그녀의 단편 중에 탁월한 작품으로 꼽는 「숲의 전망」과 「파커의 등」도 현대문학 선집에는 수록되어 있다. 문학수첩에는 없지만 현대문학에 수록되어 있는 놀랄 만한 단편으로는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숲의 전망」,「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를 읽으면서 또 한 번 이 작가의 놀라운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원문 : https://pegasus.cc.ucf.edu/~surette/goodm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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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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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을 빙자한 소설작법서. 그것도 핵심을 파고들며,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명쾌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아마 이 책 읽고 <자전거 탄 소년>이란 영화 찾아 본 독자들도 많을 걸요? (저는 그랬는데 님들은 안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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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 보통 사람을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소설 창작의 비밀
프랜신 프로즈 지음, 윤병우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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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것을 배운 책. 구입 후 늘 곁에 두며 몇 번이고 읽는 책. 이기호 작가도 그랬다. 독서량이 곧 필력이 된다고.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쓰냐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연결짓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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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산책자 2015-02-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런데 품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