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사태다.
방금 검찰에서 신경숙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을 고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현 원장이 신씨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6부(부장검사 정승면)에 배당했다고 19일 밝혔다." 엊그제 오랜만에 트위터 타임라인을 펼쳐보았더니 신경숙 표절에 대한 갖가지 패러디들과 신경숙과 한국문단의 각성을 촉구하는 트윗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응준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글을 올리는 것으로 이 사태의 서막은 시작되었다. 그 글을 각종 매체의 언론들이 포털에 옮기고 또 원문이든 전문이든 그 메시지를 각자의 SNS로 퍼다나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창비나 신경숙의 초기 대응은 안일해도 한참 안일했다. 고종석의 일갈처럼 독자를 '호구'로 봤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신경숙의 표절 운운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99년과 2000년에 이미 신문이나 문예지의 지면을 통해 제기되었던 문제인데 그때는 이런 파장을 불러오지 못했다. 문단에서 조그만 소용돌이는 분명 있었을 것이나, 이 소용돌이를 분명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며 잦아들 때까지 지켜보거나 혹은 부러 잦아들게 한 문단의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이라는 정우영 시인이 이번 사태에 밝힌 의견만 보아도 누구나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본인이 일본작가의 그 작품을 안봤다고 했으니 이를 우리가 부정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한 개인을 총공격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단 신경숙 씨의 입장을 존중한다. 한국문학이 이 만한 작가를 만들어 낸 데는 엄청난 공이 들었다. 해외에서 이만큼 알려진 우리나라 작가는 고은 시인 외에 신경숙이 처음이므로 이 귀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트위터러는 정우영의 언급에 신경숙 대신 삼성이나 엘지 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을 넣어도 말이 될 것이라는 트윗을 썼는데 이 또한 누가 공감하지 않을까.
신경숙 사태의 뒷맛이 더욱 씁쓸한 것은 신경숙을 옹호하였던 창비 풀판사의 대응이나 한국작가회의의 입장 같은 한국 문단이 움직이는 논리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이리 치여 저리 치여 살다가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았을 때 변치않고 반짝이는 별 같았던 문학, 그 영롱하고 고결한 빛에서 무언가 위안을 느꼈고 그 빛을 믿었던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