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서울에 갔다오면서 바닥이 거의 드러난 소양강을 보았다. Y자 교각으로 멋드러지게 지은 다리가 무용지물처럼 보였다. 우리는 차창으로 내다보며 모래바닥이 가장 많이 보이는 지점을 가리키며 저쯤에서 시작하면 다리 없이도 강을 건널 수 있겠다고 말했다. 두 면이 통유리로 된 카페 하나도 지나쳤는데, 강에 물이 차 있다면 확실히 전망이 좋은 곳이긴 했다. 그러나 납작 엎드려 얕은 수심이면서도 강은 분명 흐르고 있었다.

 

 

다음날에는 160을 넘긴 미세먼지 수치를 90 정도로 떨어뜨린 봄비가 내렸다. 봄비가 내리면 미세먼지가 말끔히 씻길 줄 알았는데. 우리는 조금 실망하며 밤산책을 나섰다. 초저녁에는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잡고 있는 옆집 내외를 보았다. 그들은 파란색 비닐 봉지에 마치 쓰레기를 주워 담듯 아스팔트 위에 돌처럼 미동 않고 봄비를 맞고 있는 개구리를 집게로 주워 담았다. 들어는보았나. 개구리 수거.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은 개구리는 이때 먹는 것이 가장 깨끗하다고 했다. 동면을 하는 동안 개구리가 겨우내 무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위장이 깨끗하다는 거다. 어쨌든 작년에 이곳에 처음 와서 느낀 것이지만 동네 사람들은 개구리를 많이 잡아 먹는다. 몸에 좋다나. 범법 행위로 규정해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개구리의 천적은 인간이다.

 

 

우리는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걸었다. 혹시라도 발을 잘못 딛어 개구리라도 밟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순식간에 개구리 배는 물풍선처럼 팽창했다가 터지리라. 몇 마리를 손전등으로 비추어 자세히 보았다. 봄비가 내리는데 개구리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걷는 밤이라.

 

 

44번 국도와 통하는 다리까지 내려갔다가 우리는 돌연 첨벙, 하는 소리와 돌 하나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놀라 다시 그쪽으로 가지는 않았다. 물을 먹으러 내려온 고라니일 수도 있지만 물을 먹으러 내려온 멧돼지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우리는 무기도 없지 않느냐, 라고 말했고 나는 오른손에 든 장우산을 힘껏 움켜쥐며 무기라면 이게 있다, 라고 말해놓고도 힘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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