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자주꽃 한가득 피었어도
어쩌면 모두가 무너진 담장 밑 우물가에 피었나?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는 어느 하늘 밑에 있으며
마음을 기쁘게 하는 즐거움은 집 담안에 있는냐?
그대의 꽃 같은 모습 앞에서
세월은 물같이 흘러만 가거니
그대는 규방 속에서 홀로 슬퍼하도다
대옥이 이향원을 지나다 들은 이 연극대사는 나에게도 텅 하고 와닿았다.
꼭 같은 부분, " 꽃 같은 모습앞에서 세월은 물같이 흘러만 간다"는 요즘의 내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흘러만 가는 세월을 어찌할런지.....
시대가 현격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감정을 공감할수 있다는 것. 쓴웃음이 나면서도 인간은 별 다를 바가 없구나 싶어 혼자 싸매고 있던 우물안 개구리같은 고민에서 헤어나오려 움직일수 있었다.
보옥은 철 좀 드나 싶더니만, 할머니와 시녀들의 치마폭에 쌓인채 변함이 없어 나에게 실망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그와 보채의 혼인. 보아하니 4권과 5권쯤엔 그들의 결혼이 (싫던 좋던간에--이미 보옥은 보채에게 마음이 열린듯 하지만)이루어질테고 대옥은 또 혼자 남겨졌다는 설움에 소매자락을 흠뻑 적시리라.
12권이나 되는 분량덕에 고전 특유의 쉬엄쉬엄 에돌아가는 맛이 이야기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1권,주인공들의 운명을 보여주는 부분에서의 꽤 많은 이야기가 벌써 다루어진듯해서 이대로 나가다간 후반기에 대체 무슨 이야기로 꾸려나갈지 벌써 걱정이 된다.
빨리 보옥의 성장하는 (혹은 성숙) 모습을 보고싶은데 4권에서는 가능할런지. 다시한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