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을 찾아서
앨리스설탕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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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앨리스를 찾아서

1865년~2018년,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_나라의_앨리스』 초판본이 담긴 그림책 이야기

투명한 포장을 뜯어 책장을 넘길수록 책의 생명인 종이에 들어간 정성이 남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손끝에 닿는 종이 질감과 빈티지한 색감은 실물을 보고 넘겨봐야 알 수 있다.
#앨리스설탕『#마이_페이버릿_앨리스』 초판본에 한정해서 쓴 특별한 종이에 디테일을 살린 고급스러운 책 표지 금박 장식까지. 책에 녹아든 저자 #성미정 #배용태 시인 부부의 앨리스 사랑이 표지색만큼 뜨겁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빅토리아시대 내성적인 수학자였던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 리델이라는 소녀에게 강가에서 즉흥적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150여 년간 많은 작가와 화가에게 도전과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앨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를 여행한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그림을 보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러 시대 많은 사람이 사랑한 앨리스. 공주님이 넘쳐나는 동화 세상에서 앨리스를 처음 만난 설렘이 다시 살아난다.

책의 구성은 초판이 발행된 연도순으로 61가지 판본마다 속표지를 넣어 작가별로 작품을 구분했다. 시대순으로 앨리스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작가마다 개성이 강한 그림이라 계속 봐도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화가가 그린 그림책, 사진집, 팝업북 등 앨리스 초판본을 따라가면 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이 제일 핫한 미디어일 때 만들어진 책, 그 안에 스며든 만든 이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진다.

'무민'으로 유명한 핀란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토베 얀손이 그린 쓸쓸한 소녀 앨리스, 살바도르 달리의 미친 티파티에 늘어진 시계 모양 식탁과 줄넘기하는 소녀로 표현된 앨리스, 앤서니 브라운의 르네 마그리트 패러디와 초현실적인 유머가 빛나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앨리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앨리스의 이야기가 확장된다.

책에서 머빈 피크가 무수히 교차한 선으로 표현한 미친 티파티 장면에 나오는 모자장수와 토끼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와 여유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미국의 유명 판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배리 모저의 앨리스는 붉은 표지와 흑백 대비가 선명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작가의 시선이 아닌 앨리스의 눈에 비친 이상한 나라를 그렸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난다책방 열여섯 번째 라이브 방송에서 꿈과 달콤함을 파는 앨리스 박물관 '마이페이버릿' 투어를 진행했다. 두 저자 앨리스와 설탕의 앨리스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빛에서 별빛처럼 이야기가 쏟아졌다. 초판본, 희귀본 등 빈티지북부터 팝업북까지, 다양한 판형의 책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보고 영상을 보면 앨리스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앨리스설탕에서 설탕, 배용태 시인이 알려주신 책 보관법. '중요한 책은 눕혀놓아라.' 정기적으로 눕혀서 눌러놓으면 책의 변형을 줄일 수 있다는 책 관리 꿀팁. 책을 세워놓으면 공기압으로 결이 휜다고 한다. 청운동의 '마이페이버릿'에 책들은 장식장에 눕혀서 보관하고 계셨다.

책에 진심인 난다 대표 김민정 시인과 앨리스에 진심인 두 저자가 만나 선물 같은 책이 만들어졌다. 비매품에 목숨 거는 난다 대표님이 만든 #김한나 작가의 <2022 레드라서 난다 다이어리> 색감도 너무 마음에 든다. 소장 욕구 자극하는 책을 사면 포장 테이프와 다이어리 굿즈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앨리스와 팝업북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어떤 스타일인지. 개성 넘치는 앨리스 중에 나만의 앨리스를 만나는 기쁨을 발견하길. 앨리스를 통해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선물하면 좋겠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책을 선물해주신 @nandaisart 감사합니다.
@alicesugar05 @rabbitandhanna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난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https://www.instagram.com/tv/CXvobrMKEem/?utm_medium=copy_link

#난다출판사 #문학동네 #난다서포터즈4기 #난다서포터즈
#청운동 #초판본#아트북 #일러스트북 #앨리스 #다이어리
#난다 #신난다 #그림책 #연말선물 #도서추천 #소장하고싶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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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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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을 통과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

당신이 믿었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킬 이야기
냉혹한 '스노볼' 세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얼어붙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스노볼. 거대한 유리 천장이 돔처럼 감싼 스노볼에 사는 '액터'의 삶은 담당 '디렉터'에 의해 편집돼 드라마로 방송된다. 스노볼 바깥에 사는 사람들은 발전소에서 쳇바퀴를 돌려 매일 일정량의 전력을 스노볼로 공급한다. 그들이 생산한 전력은 스노볼 액터의 삶에 사용되고, 그 대가로 스노볼 드라마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다.

인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열여섯 살 '전초밤'. 스노볼 최고 인기 액터 '고해리'를 키워낸 디렉터 '차설'이 디렉터를 꿈꾸는 전초밤을 찾아온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차설의 말에 전초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리를 대신하기 위해 스노볼로 향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 볼 기회를 얻은 그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며 신임 기상 캐스터 고해리로 거듭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스노볼 시스템을 만든 재건 가문 이본 미디어 그룹의 이본회, 스노볼 유일의 삼대 액터 가문의 고해리, 스노볼 유일의 삼대 디렉터 가문의 차설. 개성 있는 캐릭터로 가득한 스노볼 속 등장인물과 세계관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았다. 다양한 채널과 스크린을 통해 타인의 삶과 취향을 구독하며 살아가는 요즘 시대를 자꾸만 돌아보게 한다.

『스노볼 1』에서 전초밤은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성장하고 나아간다. 거울 속의 자신과 똑바로 마주 보며 그대로 돌진해 거울을 통과한다.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세상의 변화를 끌어낸다. 『스노볼 2』에서는 공정한 시스템을 약속했던 이본 미디어 그룹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한 전초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스템의 오류와 균열,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는 허상이 무너지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누군가 당신에게 요구한 삶이 아니라,
그저 당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아 주세요.

『스노볼』 사전 서평단으로 활동할 때 거울 속의 나를 제대로 마주하게 된 인물들이 함께할 여름이 궁금했었다. 출간 전 대본집 형태의 원고로 『스노볼 1』, 『스노볼 2』를 읽고 더 풍성해진 이야기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이 소설은 쳇바퀴 같은 삶을 버리고 타인의 삶을 선택한 전초밤의 심리 변화를 따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박소영 작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의 배경과 설정에서 영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헝거게임>이 떠올랐다. 선택받은 자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스노볼 속 세계는 지금의 세상과 닮아있다. 따뜻한 진통제와 값진 마취제가 널려 있는 스노볼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과 진정한 삶에 관해 돌아보게 만든다. 냉혹한 '스노볼' 세계 안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주인공 전초밤이 거울 속 인물이 자신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어 견고한 세계의 균열을 발견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슴 뛰는 삶을 위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주인공 전초밤의 성장과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서사가 견고하게 설계된 플롯을 만나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오로지 자신만이 깨울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인물들의 여정은 깊은 울림을 준다. 대체할 수 없는 나로 살아가는 설렘과 나답게 사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참신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어울려 시야를 넓혀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매력을 영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changbi_insta 감사합니다.

#스노볼 #박소영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소설y클럽2기
#서평단 #생존게임 #SF #블록버스터 #K영어덜트 #장르문학
#반전에반전 #아이부터어른까지 #책 #도서추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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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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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입체적인 민트빛깔 언어세공가
홍인혜의 언어생활 『고르고 고른 말』

☆불투명한 우리는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진다.
_p.7 고르고 고른 첫마디

카피라이터로 카피를 쓰고, 만화가로 『루나파크』를 그리며, 시인으로 시를 쓰는 '창의노동자' 홍인혜 작가의 언어 에세이 『고르고 고른 말』. 이 책에는 '매일같이 언어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언어세공가'로 사는 저자가 경험한 말의 세계가 담겨있다.

'말이 취미이자 특기이고, 놀이이자 밥벌이인 언어생활자'인 저자는 일상과 여행, 사람과 일 사이에서 주고받은 언어를 다양한 관점에서 펼쳐낸다. 평면의 종이 위에서 풍부한 서사를 담은 말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저자의 말은 자신에게 고여있지 않고 타인과 세상을 향해 흘러간다.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며 부지런히 나아간다.

☆세상 모든 인간에겐 아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존재만으로 경이로운 나날들이 있었다.
_p.106 지극한 말 '아꼬와, 아꼬와'

'아꼽다'는 제주 방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라고 한다. "너무 여리고 귀해서 시선에도 닳아 없어질까 아까운" 첫 조카 오름이 이야기는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워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작은 스타와의 만남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우리가 쓰는 말과의 첫 만남도 이처럼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황홀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 더는 처음 같지 않은 언어를 새롭게 발견하는 저자의 섬세한 시선이 귀하게 다가온다.

유혹의 언어인 카피와 두드림의 언어인 시를 통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읽는 사람의 가슴에 안착하려 애쓰는 일. 저자는 '진심을 담은 다정한 말 한마디'를 고르고 골라 아름답고 배려하는 문장을 빚어낸다. 프리즘을 통과한 여러 색의 빛처럼 저자를 통과한 언어는 말이 되어 흐르고 다채롭게 빛난다.

☆시 앞에서 독자야말로 전능해질 수 있다. 당신의 느낌, 당신의 해석에는 아무 가이드라인도 없고 정답지도 없다. 안내자가 없다는 것, 그래서 나의 이해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다는 점은 낯설고 외로운 일이지만 그를 통해 나의 세계는 기지개를 켠다.
_p.224 전능한 말 '세계는 기지개를 켠다'

시의 난해함이 낯섦이 되고 낯섦이 불편함이 되지 않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책 곳곳에 스며있다. 어린 날의 미술 시간에 추상화를 그린 경험에서 떠오른 "보이는 것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다가온 시. 저자가 시라는 미지의 세계에 매혹되어 시인이 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장례식장에서도 시집을 쥐고 있던 저자는 시인이 되고 싶어 여러 지면에 시를 투고했다. 시인으로 등단하고 마구 살아도 되는 '막살이 자격증'이 생긴 것만 같았다고. '시인이니까'라는 말로 해설이 가능한 상황을 읽으며 저자처럼 막살이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말을 만져보고 핥아보는 행위에 진심이다.
깨물어보고 터뜨려보는 과정이 짜릿하다.
천 개의 말에는 천 개의 맛이 있고, 천 개의 식감이 있고,
천 개의 향기가 있으니까.
_p.183 맛보는 말 '말에는 맛이 있다'

저자가 "말의 소믈리에가 된 것처럼, 수많은 말을 입에 머금고 미묘한 맛과 향을 구분해서 적소에 최선의 말을 배치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말을 가까이서 보고 또 한 발 떨어져도 보고,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았다. 말맛의 차이를 감지하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상황과 어울리는 고르고 고른 말에 한참을 머물렀다. 저자가 들려주는 언어를 다루며 언어를 바꾸는 일의 유용함과 경쾌한 발상의 전환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말에 맛과 향이 살아난다.

'말'을 발음하면 입안에 '알'을 품은 듯 둥근 공기가 잠시 머물렀다 새어나간다. 말이 품은 온기를 고스란히 담으려 마음을 다한 저자의 진심이 전해지는 듯하다. 저자는 나름의 방식으로 바를 부드럽게 만드는 바텐더처럼, 마음을 뭉근하게 풀어주어 글에 슬며시 녹아들게 해준다. 말을 다루는 전문가가 말과 함께한 세월을 머금은 언어로 다채롭게 그려낸 문장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말은 생각을 반영하고, 말은 생각을 조형한다.
그렇기에 언어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가 참으로 근사하다.
그것이 곧? 생각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_p.269 진화하는 말 '도둑에서 이웃으로'

이 책을 읽으며 최근에 생겨난 사람과 살지 않는 고양이를 부르는 새로운 언어를 알게 되었다. '도둑고양이'를 '길고양이'로 부르다가 '동네고양이'라는 명칭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마음의 변화가 명칭의 변화와 맥을 함께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누구도 해치지 않는 언어가. 더 크고 아름답고 배려하는 언어가." 태어나는 흥미롭고 멋진 일이라니. 언어가 바뀌면 인식이 바뀌기 때문에 말의 진화가 반갑고 기쁘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언어와 일상을 이어주는 말이 건네는 특별한 순간을 만난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잃은 줄도 몰랐던 일상의 빛나는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불투명한 우리가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지기 위해, 이 책을 투명 망토처럼 두르면 한결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저자가 차곡차곡 갈무리해둔 기록은 낯설고 생경한 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더 자주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media_changbi 감사합니다.
민트빛깔 루나 홍인혜 시인님께 @lunapunch
(@changbi_insta)

#고르고고른말 #홍인혜 #미디어창비 #창비 #고고말서포터즈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 #언어세공가 #언어생활자
#루나파크 #에세이추천 #책 #도서추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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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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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삶이 지나간 자리에 타고 남은 재의 온기

지극히 사적私的이면서도 더없이 시적詩的인
시인 신용목의 첫 소설 『재 gray』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아주 긴 이야기 속에서 태어난 것이며,
일생을 그 이야기의 거미줄에 걸려 파닥이고 있는 것이다.
_p.9 이야기의 시간

신용목 시인의 첫 소설 『재』는 해독할 수 없는 시간을 몸의 문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뜨거운 삶이 지나간 자리에 타고 남은 재, '그림자의 몸'이라 불리는 기억의 시간을 되감아 균열이 난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과거와 현재가 거미줄처럼 미묘하게 얽혀있다. 내게 가장 깊숙이 들어온 친구 모의 죽음, 연인 수와의 이별, 퇴사와 이사. 주인공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몸을 옮기는 일'과 '마음을 옮기는 일', 그리고 사랑에 관해 들려준다.

누군가 자신의 한 부분을 내어주며 부딪혀 올 때, 마음의 벽에 금이 가고 문이 생긴다. "어느 날 창문 유리에 가는 금이 가 있는 것"을 보았던 것처럼. 나는 삶에서 자신을 지나간 것들의 흔적이 영향을 미쳤을 금이 나아간 길을 살핀다. 잠시 머물다 간 마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마음의 일렁임을 그려본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 동안 천천히 일어난 기적을 만지는 것이다.
_p.11 이야기의 시간

고3 여름방학, "좀 더 뜨겁게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 필요했을 뿐"인 모와 나. 두 친구는 모네 시골집에서 둘만의 일탈을 함께하며 가까워진다. 그해 여름이 끝나며 모네 집에서 모의 누나 현과 조카 섭,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도 지나갔다. 멀어진 인연은 15년 만에 모의 장례식장에서 "각자 다른 시공간을 가진 우주가 어느 한순간 한 지점에서 교차되는" 만남의 순간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무언가와 결별하지 않고서는 그 실체를 만나지 못한다. 내 앞에 온 모든 것들은 상실을 통해서만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_p.94 익숙한 고통

재를 뒤적이면 날리는 불씨처럼. 사랑과 우주,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수의 고별 파티와 모의 장례식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결국 이별의 이유는 만남이다." 자신을 내어주며 자기 삶 속에 사랑을 들이려고 했던 수. 그녀는 '이토록 지독한 모습으로 도착한 사랑'에게 "내가 이 사랑에 더 성실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한다.

깨진 백자를 닮은 사람, 그 안에 고여 있는 밤. 텅 빈 마음에 갇힌 물은 밤마다 조금씩 모를 삼켰다. 모는 사랑과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찬 마음을 전시하는 법을 몰랐기에. 어느 날 이중으로 자물쇠가 채워진 금고에 갇힌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 나왔을 것이다. 재가 된 수의 작품처럼 모는 고요한 죽음의 세계로 건너갔다.

☆남아 있는 것들은 사라지고 사라진 것들은 돌아온다.
사랑은 같은 자리에 없다.
_p.125 고고학자이며 시인인

나는 상실을 통해 '내가 본 것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님을 알게 된다. "어떤 열망이 자신을 끝까지 소진시킨 다음에야 찾아온" 깨달음은 끝내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서지고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아 부서진 흔적을 봉합해 깨진 시간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모든 시간은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진다고 해서 애초부터 없어도 좋을 시간은 없다.
_p.104 제 몫의 시절

모가 남긴 글에서 "나는 다 쓰인 것 같고 다 쓴 것 같다. 충분하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과연 텅 빈 허무를 품은 마음을 전시할 수 있을까. 문득 한겨울 나무 난로의 연통을 청소하고 재를 버리는 아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불꽃이 사그라든 잿빛 가루를 텃밭에 골고루 뿌려주는 손길. 이 세상에 잠시 다녀간 누군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다만 우리에게 다녀간 이들이 부디 잘 머물다 가길 바랄 수밖에.

시와 소설의 경계에서 출렁이는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저 멀리서 이야기를 실은 파도가 밀려왔다. 파도가 다녀간 자리에 남은 기억 조각을 주워 담았다. 몸의 기억을 따라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자꾸만 돌아보았다. 고양이 발톱 같은 문장이 스치지 않고 흔적을 남겼다. 타버린 사람처럼, 소설이 아닌 나를 읽고 있다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 리뷰는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작은 다독임 같은 책을 선물해주신 @nandaisart 감사합니다.

#재 #gray #신용목 #시인 #소설 #난다 #신난다 #난다출판사 #문학동네 #난다서포터즈 #소설추천 #도서추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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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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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내게 '매일 글쓰기'란 아직도 하루에 2L 이상의 물 마시기만큼이나 어렵다. 뚜렷한 목적과 독한 마음을 탑재해야 하므로.
(...중략...)
그럼에도 해내고 싶다. _p.73

온라인으로 진행된 도서관 강의 '글쓴이로 살아남기'에서 이지니 작가님을 처음 만났다. 8주 동안 작가님의 경험과 수강생이 각자 써온 글을 서로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했다.
글쓰기 수업은 처음이라 솔직히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 시간이었다. 매시간 주제에 맞춰 글을 쓰고 발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럼에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과 계속 글 쓰는 삶을 놓칠 수 없었다.

☆요즘에는 글쓰기에 관심을 두는 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글은 누구든 마음껏 쓸 수 있다. 얼마든지 쓰면 된다.
다만, 꾸준히 쓰려면 '비법'을 아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끈을 먼저 묶어야 한다. 작은 목표라도 있다면 작심삼일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 _p.83

이지니 작가는 "현재까지 지속하는 건 10년의 메모, 7년의 블로그 운영, 그리고 5년의 책 쓰기"라며 겸손하게 말하지만, 지금까지 전자책 3권과 종이책 5권을 출간한 전업 작가다. 현재 글쓰기 및 책 쓰기 강의와 동기부여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1장 무명의 설움이라고나 할까?
2장 그럼에도 책 쓰기를 변함없이 즐기는 이유
3장 나만의 소소한 글쓰기 비법
4장 무명작가지만 잘 먹고 잘삽니다
5장 혼자서 책 만들고 홍보해보기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작가의 다양한 활동과 집필 내공이 담긴 작품이다. 저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작가'라는 간절한 꿈을 이뤘지만,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쳐 그만두었다. 그 후로 또 다른 '간절함'을 찾기 위해 머릿속에 '해보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닥치는 대로 실행했다고 한다.

☆단순해도 마음을 담은 글, 누가 읽어도 술술 읽히는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 _p.79

이 책에서 저자는 5년 차 무명작가의 현실적인 글 쓰는 삶과 소소한 이야기, 책 쓰는 과정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 '글 쓰는 삶'을 사는 작가의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로 꾸준히 나아간 시간이 글에 그대로 담겨 있다. 저자가 "솔직함을 넣어 읽기 쉬운 글을 쓰려 노력"한 시간만큼 편하게 다가온다.

책이 술술 읽혀서 글도 쉽게 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퇴고를 거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다. "낮은 언덕과 같은 글로 많은 이를 위로할 수 있다면" 계속 글을 쓴다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독자에게 공감을 주고, 살아있는 글을 전하고 싶다면 말이든 글이든 누가 묻지 않아도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연습부터 하자. 상대방이 재차 묻는 일이 없도록! _p.148

벌써 12월이다. 새해 첫날 했던 영어 공부, 운동, 다이어트 등 많은 다짐을 돌아보면 자꾸만 작아진다. '매일 글쓰기'를 다짐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룰 때, 해결 방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으면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의 책이 도움이 된다.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더 밝아지리라 믿는" 저자의 선한 마음에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저자는 글쓰기가 부업이 아닌 전업이 되는 날을 꿈꾸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마음을 다잡고 계속 써보라고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흩어진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글쓰기, 여전히 두렵지만 그만큼 설레는 글쓰기를 계속하면 좋겠다.


(*이 리뷰는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소중한 책을 선물해주신 @leejinny_writer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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