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장석주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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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쓰여질 리는 없다
#저게저절로붉어질리는없다 #장석주 시인 #난다 #신난다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 이것이 시다."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 이것이 고요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는 장석주 시인의 오십 년 세월을 품은 아홉 권의 시집에서 가려 뽑은 시를 엮은 시선집이다. 시인의 말에 "돌이켜보면, 삶으로 시를 빚지 않고, 시로 삶을 빚은 듯하다. 그동안 시가 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다."라고 시에 사로잡혀 지낸 세월을 이야기한다. 시인이 시에 몸담고 지낸 기간 동안 경험을 통해 쌓은 깊이를 품고 있다.

저게 저절로 아름답게 만들어질 리는 없다. 대추 한 알이 저절로 붉어지고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없는 것처럼. 많은 이의 손길과 눈길이 더해져 장석주 시인이 시로 우주를 알아 간 오십 번의 계절을 담아냈다. 화가 이목을 작가의 <공 708> 그림을 수작업으로 표지에 붙인 만든이의 정성이 넘치게 담긴 책이라 만듦새도 예사롭지 않다.

1부 그리움은 그렇게 컸구나
2부 나는 이상하게 슬퍼지지 않는다
3부 우리 앞의 오늘도 벌써 옛날이지요
4부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

네 부분으로 나뉜 시선집에는 66편의 시와 138개의 시에 대한 단상이 실려 있다. 장석주 시인의 시만큼 단상도 인상적이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고 깊이 파고든 사람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내공이 담겨 있다.

이 시선집을 읽으니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가수 전인권이 '제발'을 부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담담하게 읊조리듯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담긴 세월과 목소리의 힘. 영상에서 노래가 시작되면 알 수 없는 울림이 온몸으로 퍼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한 사람의 생을 통과한 시와 음악은 보고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어제는 몹시 외로웠다고,
오늘은 못 견디게 그리웠다고,
너를 사랑한 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라고,
사랑하는 이에게 엽서를 쓰자.

_「내 마음속 용 -이중섭을 위하여」 부분, p.036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_「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분, p.052


시가 뭘까. 도대체 시가 뭐길래. 장석주 시인은 "시를 오래 쓴다고 내공이 쌓이지는 않는다."라고 했지만, "시를 줍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려면 몇 개의 태풍, 천둥, 벼락을 품어야 하는 걸까. 시인은 또한 "결핍과 부재가 없는 삶에는 시가 깃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는 사라진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잊히기 전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진 빈자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자리에 고인 그리움을 들여다보게 한다.


유월이면 우리들은 설레며 땅속에서 둥글게 익어가는 감자들을
기다렸다 꽃은 상처였다
상처 없는 자 꽃을 피울 수 없고
꽃 피울 수 없는 자 열매 맺을 수 없었다

_「감자를 기리는 시」 부분, p.058

더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_「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부분, p.063


"시는 표면이 곧 심연인 세계다." 시는 고요한 일상에 일렁이는 물결을 일으킨다. 명상과 쌍둥이처럼 닮은 "시는 언어를 딛고 언어를 넘어간다." 시인은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서 시의 3대 자원인 "환상, 기억, 부재"를 통해 본질에 다가간다. "깨달음은 갑자기 온다. 시도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나는 이상하게 슬퍼지지 않는다
과거가 된 시간은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소름이 오스스 돋는다

_「태안 저녁바다」 부분, p.079

그늘이란 누군가 내게 내어주는
제 속마음인 걸 나는 안다
저 샘물도 누군가 입 틀어막고 참아내다가
터져나오는 울음이 아닌가

_「옻샘 약수터」 부분, p.088

기다림이 눈보라 되어
천지를 하얗게 덮으며 올 때
눈구덩에 빠지는 짐승들 생기겠다.
내 마음 눈길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묶인 발길도 있겠다.

_「백석」 부분, p.121


압축파일을 지향하는 시를 압축 해제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기에 그저 읽고 바라보았다.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명자나무」 부분) 시인의 시선이 흘러간 마음길을 쓴 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좋은 시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 "시가 보여주는 것은 마음의 지도다. 그 지도 속에 생의 지도가 숨어 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숨은 여백을 들여다볼 뿐이다.


43
시인은 하찮은 것에서 위대함을, 비루한 것에서 장엄함을 본다. 모래에서 은하계를, 한 떨기 장미꽃에서 우주를, 오늘에서 내일을, 피어오르는 구름에서 번개와 우레와 이듬해에 내릴 비를 보는 게 시인이다. _p.143

70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기. 시는 상상력의 저공비행으로 세계를 보고 낯선 것으로 빚어내는 일이다. _p.155

136
검은 시루 속에서 물을 먹고 자라는 콩나물. 날마다 물을 주지만 물은 시루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물이 머물지 않아도 콩나물은 쑥쑥 잘 자란다. 시루 안에 콩들은 시의 씨앗들이다. _p.187


4부 "사자 새끼가 사자 소리를 내는 것"은 한 편의 시이자 시론이다. 시인이 재발견한 시의 우주가 어떤 원리에 의해 생성되고 확장되는지 알 수 있다. "우주를 한 줄로 축약하되 넘치지 않는 시인의 능력"에 기대어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었다. 많은 것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검은 시루 속에서 물을 먹고 자라는 콩나물"처럼 날마다 시를 읽어도 시는 몸을 관통해 빠져나갈 것이다. 시루 안에 시의 씨앗들이 자라듯, 시가 흘러간 몸 안에서 시가 싹트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_p.111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주를 담은 시선집을 선물해주신 @nandaisart 감사합니다.
@gkwlangkwlan

#난다출판사 #문학동네 #난다서포터즈4기 #난다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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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 #시집추천 #문장수집 #도서추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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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
백건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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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팔리는 카피 쓰는 법
#모든것을결정하는한문장 #백건필 #국일미디어

◇마음을 훔치는 카피라이팅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
100년 동안 검증된 카피라이팅 불변의 법칙 33가지

“기발한 카피, 끌리는 카피, 기억에 남는 카피,
중독성 있는 카피, 지갑을 여는 카피의 모든 것”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터넷에서 영상과 게시물을 클릭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는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야 한다. 총알이 날아와 심장에 박히는 것처럼, 연필로 쓴 예리한 카피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도 순간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누구나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이론이 아닌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비법이 필요하다. 이때, 무조건 팔리는 카피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1인 기업가이자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백건필 저자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 문장』에서 100년 동안 검증된 불변의 카피라이팅 법칙을 소개한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돈이 되는 카피 레시피'를 알려준다.

◇"인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광고의 핵심을 파악한 것이다." _핼 스테빈스, 『카피캡슐』

저자는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존 케이플즈(John Caples)와 로버트 콜리어(Robert Collier)를 멘토로 삼아 원서를 구해 읽으며 카피라이팅을 연구했다. 존 케이플즈로부터는 헤드라인 쓰는 법을 배웠고, 로버트 콜리어로부터는 보디카피 쓰는 법을 배웠다. 마케팅 심리학을 공부하고 직접 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하며 테스트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친 카피라이팅 공식을 만들었다. 강의와 책을 통해 축척된 엑기스를 그대로 책에 담았다.

1장 마음을 훔치는 카피라이팅
2장 핵심 가치 :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3장 가치 제안 : 확 꽂히는 헤드라인을 쓰는 6가지 유형
4장 가치 입증 : 고객을 설득하는 8단계 PERSUADE 공식
5장 행동 촉구 : 즉시 결제하게 하는 7가지 CLOSING 기법
6장 무조건 팔리는 12가지 설득 테크닉
7장 실제 카피라이팅 사례

이 책은 크게 '핵심 가치-가치 제안-가치 입증-행동 촉구'의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카피라이팅의 개념을 설명하고, 2장은 핵심 가치를 찾는 방법을 다룬다. 3장은 고객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헤드라인을 쓰는 방법을 다룬다. 저자는 실제 업계에서 쓰는 팔리는 카피 비법을 담은 실전 활용 템플릿을 알려준다. "글을 못 쓰는 사람도 본서에서 소개하는 설득의 공식을 따라하면 누구나 팔리는 카피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요리할 때 기본 레시피를 알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듯, 카피라이팅 불변의 법칙 33가지를 알면 누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를 쓸 수 있다.

◇"말하라. 그리고 팔아라."
_카피라이팅의 대부 핼 스테빈스(Hal Stebbins)

책에 나오는 어느 화창한 봄날, 눈이 먼 노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길에서 구걸하는 노인의 팻말에 쓰인 "저는 눈이 안 보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문장을 고쳐준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의 일화이다.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펜을 꺼내 노인의 팻말을 "화창한 날입니다. 하지만 전 그걸 볼 수가 없군요."라고 고쳤다.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다.

"카피라이팅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통장 잔고를 바꾼다."라는 저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지금 같은 비대면 사회에 상품 판매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인 카피라이팅 능력이 절실하다. 이 책은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카피라이팅 비법서다. 한겨울처럼 얼어붙은 마음에 봄기운을 전하는 마법 같은 책이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언제든 이 책을 펼쳐 활용할 수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국일미디어 (@kugilmedia) 감사합니다.
#유심건작가와함께하는슬기로운독서생활
@miracle_yu_sim @simgeon280

#카피라이팅 #광고카피 #카피라이터 #자기계발서 #책추천
#유심건작가와함께하는슬기로운독서생활 #도서서평단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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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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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
#호수의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

얼어붙은 사춘기, 끝내 맞이하는 성장과 치유의 서사
『호수의 일』

◇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_p.7

『호수의 일』을 읽는 동안 자주 흔들렸고 머리가 멍해질 만큼 마냥 눈물이 솟았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왠지 모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작가는 열일곱 살 주인공 호정의 호수와 같은 마음에 일렁이는 파문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가족과 친구와의 갈등, 첫사랑의 설렘, 혼란스러운 시기를 통과하는 순간과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섬세하게 빚어낸 문장이 눈부셨다.

호정은 잠깐 올라설 마음도 들지 않았던 한겨울 얼어붙은 호수 가장자리를 걷는다. 호수의 침묵이 들려주는 음악에 귀 기울이며 "호수 깊이, 도무지 바닥을 알 수 없는 호수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라앉았던 것들이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오르듯이." 뒤죽박죽인 서랍과 같은 기억 속 어딘가에서 호수와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처럼 또렷하다.

◇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_p.84

기우뚱한 가로등을 떠올리게 하는 전학생 은기. 외롭다는 말보다 그 마음을 먼저 배운 호정.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 얼어붙은 호수를 닮은 호정의 마음에 은기가 다가온다. 호정은 "모난 데 없이 애들 사이에 조용히 섞여 드는" 은기가 자꾸만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다. 은기를 향한 마음이 커질수록 정말로 궁금하지만 묻지 못한 것들이 많아진다. "가령 강아지에 대해, 페이스북에 대해, 카카오톡에 대해."

◇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고,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_p.160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며 나아간다. 나란히 걷는 하굣길과 둘만 아는 말로 주고받는 문자, 소중한 일상이 쌓여간다. 그저 심심한 푸른색일 뿐인 은행나무가 노란빛이 감돌기 시작하고 물들어 가듯이. "아주 먼 곳으로부터 달려온 것처럼. 마침내 찾아 헤매던 것을 발견한 것처럼." 은기가 웃으며 뛰어왔을 때 호정도 웃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마음이 보낸 소리는 알았다. 두 사람은 "너무나 강렬해서 결코 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는 소중한 기억을 함께 채워간다.

◇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_p.131

마음은 눈에 보이지가 않아,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사람은 어째서 자신의 마음을 모를까. 그 무엇보다 온전한 제 것인데." 호수처럼 고여있는 마음에 무심히 던지는 잔인한 타인의 목소리. 깜깜한 어둠을 뭉친 말들이 만들어낸 물결에 마음은 속절없이 흔들린다.

혹독한 겨울에는 봄을 상상하기 어렵다. 책장을 넘기다가 "소년에게 돌아갈 곳이 있을까. 가정 폭력에 고통받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도망칠 곳이 있을까."라는 문장이 유독 아프게 다가왔다. 아직 말하지 않아 전해지지 못한 마음들과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남았지만, 무모해 보일지라도 얼어붙은 호수의 중심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야 하는 때도 있다는 걸. 호수가 아무리 넓고 깊어도 언젠가는 기슭에 닿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서로가 남긴 따듯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에, 어둠을 건너는 그대가 조금만 아프고 괜찮아지면 좋겠다.

◇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_p.350

다정하고 사려 깊은 마음이 다녀간 온기로 참 따듯한 시간이었다. 작가가 보낸 손편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호수의 일』에 담긴 "상대를 조금도 난처하게 하지 않는 위로"가 첫눈 같다. 좋은 소설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캄캄한 새벽 홀로 호수를 건너고 있는 그대에게. 어둠 저편의 그대가 그대에게. 우리 사이의 호수는 꽤 넓어서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거기 있습니다. 우리에게 서로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대. 거기 있어 주어서. _2022년 겨울, 저편 기슭에서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귀한 슬픔을 담은 책을 선물해주신 #창비(@changbi_insta) 감사합니다. #창비스위치(@switch_changbi) 연재소설

#이현 #청춘 #첫사랑 #성장 #치유 #소설 #서평단 #청소년문학
#장편소설 #소설추천 #도서서평단 #독서기록공유 #메모습관
#감성책글귀 #도서추천 #책추천 #읽고쓰는행복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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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이랑 x 이가라시 미키오 콜라보 에세이
이랑.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황국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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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이 담긴 편지로 일상 회복을 꿈꾸며
#모쪼록잘부탁드립니다 #이랑 #이가라시미키오 #미디어창비

이랑과 이가라시 미키오의 콜라보 에세이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누군가를 떠올리며 살더군요.
_p.048 이랑 씨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2019년 10월 11일은 이랑이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만화 『보노보노』의 작가 이라가시 미키오의 작업실에 찾아갔던 뜻깊은 날이다. 20년도 넘게 쓴 오래된 작업실에서의 만남은 편지를 주고받는 콜라보 작업으로 이어졌다. 두 작가는 틈틈이 라인으로 메시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통역 AI와 함께 각자의 모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통역기의 들쭉날쭉한 컨디션에 따라 오차가 있는 소통 방식도 즐거움을 더했다.

◇이가라시 상이 보낸 마지막 말은 이것입니다.
'쓰고 싶은 것을 쓰세요.'
참 좋은 말입니다.
_p.076 이가라시 상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

'모르는 게 생기면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이랑과 '너무 깊게 생각하다 행복을 놓치는 타입의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그리는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작가가 주고받은 24통의 편지를 묶은 책이다. 1986년생 이랑 작가와 1955년생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가 성별, 나이, 국적을 초월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눈 소통의 시간이다.

이랑이 쓴 이가리시와 이가라시가 쓴 이랑, 작가 소개 글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음악, 영상, 문학,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도 다채로운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 이랑. 이가라시 작가의 기억 속 이랑 작가는 처음 작업실에 온 날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깡충깡충 뛰어 들어오던 밝고 즐거운 사람'이다. 1986년생인 보노보노와 이랑의 좋은 친구인 이가라시 미키오. 이랑 작가가 들려주는 이가라시 작가는 다양한 생명체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유연한 상상력을 가진 멋진 사람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특유의 귀염둥이 미소를 짓는 사람이기도 하다.

◇「박하사탕」은 저에게 '인간의 일생이야말로 가장 큰 이야기다'라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_p.119 이랑 씨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내가 보는 세상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노래든 글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스포츠의 즐거움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작가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공유한다. 스포츠 게임 하듯 주고받은 편지에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일상과 서로 나누고 싶은 삶의 의문, 영화, 책 이야기로 풍성하다. 삶에 대한 두 사람의 고민과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창동 선생님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비법'으로 일기를 쓰라고 했다는 내용은 공감이 가네요. 아마 그건 소설을 쓰는 비법이자 만화를 그리는 비법, 나를 알아가는 비법이기도 할 겁니다.
_p.163 이랑 씨에게 보내는 여덟 번째 편지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의 엔딩에서 이어진 "그럼에도 살아가는' 삶에 관한 이야기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본 후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었다는 이랑 작가의 에피소드. 「박하사탕」을 보고 '이야기의 힘'을 느낀 뒤로 '더 많은 곳에 가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이랑 작가. 이창동 선생님 수업 중에 들은 이야기를 힌트로 지었다는 두 번째 앨범 제목 『신의 놀이』(소모임 음반, 5016)도 흥미롭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이라가시 상에게 편지를 쓸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가라시 상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 일을 영원히 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_p.243 이가라시 상에게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마지막 열두 번째 편지에서 계속 이어질 깊은 마음을 전했다. "유령이 되어서도 이어나가고 싶을 정도로 즐겁게 편지를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습니다."라는 이랑 작가의 말에서 이승과 저승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느껴졌다.

이랑 작가님이 부른 노래가 궁금해서 '신의 놀이'를 검색해 보았다. '나는 좋은 이야기를 통해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는 가사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문득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보기로 했다는 이가라시 작가의 새 연재작 소식도 궁금해졌다.

◇그럼, 이랑 씨. 조만간 또 편지 보내주세요.
_p.253 이랑 씨에게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두 작가는 편지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나눴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자본, 가치, 신, 죽음, 고양이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일생이라는 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디서나 싹을 틔우는 식물 같"은 언어로 돋아난 물음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새로운 열매가 생겨난다. 책으로 나온 편지글을 읽으며 서로에게 온 편지를 열어보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두 사람이 편지로 서로의 삶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미디어창비(@mediachangbi_book) 감사합니다.

#창비(@changbi_insta)
#이랑(@langleeschool)
#bonobono #MikioIgar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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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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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최초의역사수메르 #김산해 #휴머니스트 #에덴전쟁사

☆도시는 생존을 위한 최신 정보들로 가득했다.
_p.40 1부 6. 경작지의 한계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수메르의 시작에서 수메르의 멸망까지' 약 4,500년 동안(B.C.E. 6500년에서 B.C.E. 2004년)의 역사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모래바람에 뒤덮여 있던 위대하고 찬란한 초고대 문명의 기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수메르인의 경제과 생활, 종교, 문화를 살펴보며 급변하는 시대에 국가와 문명의 탄생과 멸망을 들려준다.

최초의 도시문명국 수메르의 번영은 비옥토인 에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기원전 6500년경부터 수메르인은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짓고, 교역을 통해 권력과 도시를 창조해냈다. 8,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오우에일리는 원(原)수메르인이 지은 최초의 마을이었다. 남부의 대표 도시인 에리두에서 번성한 우바이드 문화가 메소포타미아 전역으로 퍼졌다.

☆삶은 거대해진 도시만큼 골칫거리들로 가득 찼다.
  _p.56 1부 11. 거래기억장치, 물표

우루크가 출현해 에리두를 제치고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먹고살 만해진 세상은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나뉘었다. 우르크 석회암 신전에서 출토된 점토판을 통해 5,500년 전 우르크 사람들이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상형문자는 쐐기모양 설형문자로 바뀌었다. '식량의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한 남부의 도시에서 수메르 문명이 무르익어갔다. 우르크는 최초의 문명도시였고, 수메르는 최초의 문명국이었다. 최초의 문명이 퍼져나가면서 선사시대는 저물고 역사시대가 열렸다.

메소포타미아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놓여 있고, 도시는 두 강을 따라 형성되었다. 물길을 따라 문명이 생겨나고 완성된 수메르의 도시들은 강과 물길의 변화에 운명이 걸려 있었다. 수메르 중심부를 휩쓴 대홍수 이후 자본이 이동하는 길목에 자리한 키쉬가 수메르를 장악했다. 키쉬의 '아가' 왕이 우르크의 점토를 탐내 결국 전쟁이 일어났다. 우루크 5대왕 길가메쉬의 승리로 왕은 인류 역사에 나타난 모든 영웅의 영웅이 되었다.

☆수메르인의 운명은 에덴의 경작지와 물길에 달려 있었다.
  _p.103 2부 6. 에덴쟁탈전

혹독한 가뭄으로 에덴의 길목이자 드넓은 비옥토 구에덴나(Gu'edena)를 차지하기 위해 라가쉬와 움마가 충돌했다. 에덴전쟁은 물과 식량, 영토를 두고 수메르에서 벌어진 '자본전쟁의 시작'이었다. 라가쉬의 위대한 왕 '엔메테나(Enmetena)'의 '이름 모를' 필경사가 라가쉬-움마 전쟁사를 남겼다. '당대의 실제 사료를 근거로 한 최고(最古) 최초의 유의미한 역사 이야기'는 라가쉬와 움마가 주인공이었다. 최초의 수메르 내전을 멈추게 한 키쉬 왕 메실림의 '중재 결정'을 견딜 수 없었던 움마의 우쉬가 라가쉬를 침공했다. 에덴쟁탈전은 약 250년 동안 이어졌다.

수메르어와 악카드어로 쓰인 점토판 원문을 한국어로 해독한 김산해 저자의 정성과 열정이 대단하다. 30여 년 동안 수메르의 신화·역사·문명 연구에 전념하여 갈등이 끊이지 않는 수메르의 대서사를 책에 오롯이 담아냈다. 유물과 현장 사진, 지도까지 수록한 다채로운 시각 자료와 함께 들려주는 점토판의 생생한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수메르 이야기를 영어 중역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말로 풀어낸 책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역사는 끊임없이 수정된다. _p.12 여는 글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던 수메르 영웅시대, 초기 왕조를 거쳐 악카드 왕조와 암흑기를 지나 해방과 통일의 희열을 맛보면서 수메르 문예부흥 시대와 멸망까지 휘몰아치듯 흘러간다. 박진감 넘치는 수메르의 역사를 추적하고 복원해 시간순으로 서술하고 있어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저자가 생애를 바쳐가며 완성해낸 이 책은 수메르 역사의 표준이 된 〈수메르 왕명록〉에만 치중한 기존 학설의 모순과 오독을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인류 최초 역사가인 라가쉬의 필경사들이 점토판 위에 남긴 기록을 근거로 〈수메르 왕명록〉의 의도적인 역사왜곡으로 잃어버린 '최초의 역사'를 복원하면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목록' 57가지를 찾아냈다. 역사는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역사가들이 선택한 기록물의 해석이기에 끊임없이 수정되고 변화한다. 수정을 염두에 두면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선물해주신 #휴머니스트출판그룹(@humanistbook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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