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명저들
신병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당시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많은 책을 보아 높은 수준의 교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의 일원이었던 주베르가 “이곳에서 감탄하면서 볼 수밖에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한 가지는 아무리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최부의<표해록>에서는 그가 중국의 강남지방으로 표류하여 중국 각지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만난 명나라 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선인들(특히 조선의 지식인)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으며, 지식수준이 높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을 뒷받침 할 정도로 조선시대에는 내로라는 선비 에서부터 일반인에 걸쳐 많은 사람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지식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책으로 펴내어 후세에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어느 나라 어느 때보다도 학구열이 높다고 말하는 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을 그다지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모습마저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공부만 하고, 자기세계에 빠져 주위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 같다. 또한 지식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영상물, 인터넷의 역기능 인지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학과수업의 과제물 덕택에(?) 울며겨자먹기로 책을 읽을 기회를 마련되고 있는 것 같다. 정보화 사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러한 정보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옛날, 책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어다녔다는 것과, 자신이 읽은 책으로 얻어낸 성과물을 후세에도 알리고자 글로 남겼다는 선조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책에 인용된 정조임금의 말1)을 통해 후손인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필자는 조선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면서 조선시대에는 어떠한 책이 유행했는지 그 베스트셀러들,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큰 저술을 “명저(名著)” 라고 칭하여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조선시대에 좋은 책들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금21세기를 사는 우리로서는 직접적으로 그 책이 쓰여 진 시대와 책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책을 지은사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자가 소개하고 있는 그러한 명저들을 직접적으로 접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이 책과 같은 소개서가 없다면 아마 그러한 명저들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없을지 모른다. 설사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명저를 알고 있다고 해도 아마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누군가가 어떠한 책을 썼다 그것은 어떠어떠한 의미를 지닌다.”라는 책의 대목정도를 기억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역사전공자인 나 또한 여기에 나온 몇몇의 책 이외에는 이름을 기억할 정도였으며, 심지어는 『준천사실』,『준천계첩』같은 경우에는 이름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정도였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교 도서관 같은 큰 도서관에 먼지를 머금은 채 던져져 있을 조선시대의 명저들에 대하여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볼 기회를 준 필자에게 정말이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본 결과 느낀바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이 책은 명저의 내용소개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명저가 지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어지던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생생히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책을 저술한 글쓴이에 대해서도 자세한 소개를 두었다. 그 덕택에 글쓴이의 사상이 어떠하였으며 어떠한 사람의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어 읽는 나의 입장에서는 더욱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책의 소개를 끝내지는 않았다. 명저들이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는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였다. 과거에 있었던 지식과 역사적 사실을 아는 목적은 그 사실이 지금에 어떠한 의미를 가져다주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명저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기 쉽게 풀이했기 때문에 개재되어있는 명저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읽어본 후에는 소개되어있는 명저를 직접 구해서 읽어 보고 싶어졌다. 특히 지금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일본 역사에 대하여 많은 관심이 있어서 인지『해동제국기』부분을 아주 흥미 있게 읽었다. 특히 지은이 신숙주에 대한 정보 ,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역사적 오점을 잠시 접어두고 재능, 실력적 측면의 냉정한 평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조만간『해동제국기국역본』을 직접 구해서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 같은 경우 필자가 서문에서 말한바, “명저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에 제시된 명저들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길잡이로 삼아 국역본이나 관련서적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의도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 아닌가 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은 구성방식 또한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읽기에 들어가면서 먼저 목차를 보았더니 조선시대의 각 분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명저의 편성이었다. 조선 전반을 다룬『조선왕조실록』, 조선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볼 수 있는 『 승정원일기』, 당시의 국제사정과 관계를 다룬『해동제국기』와 『표해록』, 조선의 통지규범을 다룬 『경국대전』, 왕실행사기록을 다룬『의궤』, 왕실여인의 눈으로 본 당시의 궁중이야기『한중록』, 당시 국토의 정보를 다룬 『택리지』, 청계천 공사현장기록을 남긴『준천사실』,『준천계첩』, 전쟁 때의 기록뿐만 아니라 명장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난중일기』, 당시의 최고 아웃사이더 지식인이 쓴 베스트셀러 『홍길동전』, 조선시대 당시 소외되었지만 최신의 지식을 가지고 있던 실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한 『지봉유설』,『성호사설』,『열하일기』등으로 책이 편성 되었다. 저자는 많은 명저들을 비슷한 성격의 책 순으로 배열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필자는 시대 순으로 배열해 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시대 순으로 이해 할 수 있어서 시대를 거슬러 사건이 뒤죽박죽되어 혼동하는 불상사를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이 정말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조선시대관련 전체를 포괄하여 다소 장황하고 읽기 부담스러울지 모르는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의궤』를 실어 두었다는 것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필자의 의도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명저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먼지를 덮어쓴 채 서가에 묻혀있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고는 책을 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조선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주된 역할을 했던 자들은 누구였던가? 나는 당연히 성리학자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리학은 조선시대를 이끌어간 주된 이데올로기였으며 사회전반에 그러한 이념들이 깊숙히 박혀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성리학자들이 저술한 명저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성리학에 심취한 대학자 또한 명저로 평가되는 작품을 쓰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러한 점에서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필자가 이 책을 전문적지식이 필요 없는 일반 교양서로 썼다면 우리나라의 명저에 관심을 불러 올 계기를 마련할 이 글에 조선시대의 성리학적 사상을 강하게 띄고 있는 저서를 한 두편 정도 실어 주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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