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는 평가절하, 요즘 말로 "후려치기" 당한 작가 전혜린에게 바치는 책이다. 단행본이 되기 전 원본 원고는 잡지 도미노에 실렸었다고 한다.

 

  저자는 전혜린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서 한 발 떨어져 그녀의 작품, 수필, 재현된 삶 혹은 삶의 일부를 통해 전혜린을 재평가한다. 흑역사로 치부되는 전혜린의 영향력은 곳곳에 남아 있다. 더불어 "문학소녀"는 여성 작가들뿐 아니라 여자들의 취향이 빈약한 근거로 평가절하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전혜린이 번역한 책은 읽었을 수도 있지만 그녀의 수필은 읽은 적이 없다. 그러나 여성과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내 취향에 대해 비판받은 경험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에 "문학소녀"에 끌릴 수 밖에 없었다.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어느 순간 여성적이라고 불리는 특성들이 자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배웠다. 여성 문학뿐 아니라 여성적인 것들을 비판할 때 쓰이는 요소들은 남성 문학과 남성적인 것들에도 대입할 수 있다.

 

  교육의 힘은 세다. 남성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고 남성 비평가들의 시선을 배운다. 정전으로 취급되는 글들의 시선이 머리에 내재된다. 전공자들도 여성 문학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를 보았다. 모 작가(XX)는 문학성이 떨어진다. 문학성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런 게 있다고, 딱 보면 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인기 있는 아이를 남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좋아하고는 했다. 별로 대단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가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 전에 고민하던 것들을 다시 고민했다. 나도 여성 작가들이 그렇게 비판받았기 때문에 비판했던 것은 아닐까. 정전이 된 남성 작가들의 작품이 훌륭하다고 하니 훌륭하다고 한 것은 아닐까.

 

  "문학소녀"는 당연하지만 전혜린을 좋아하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책이다. 문학소녀로 산 사람들, 특히 자신이 사랑하던 것들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각주다. 미주가 아니다. 각주 너무 좋아. 호감도가 100 상승했다. 페미니즘 연관책이라고 분홍색이 아니다. 더욱 좋다. 그러나 표지가.. 단단한 표지다.... 방어력 +5 무게 +2

 

  반비에서 책과 관련하여 두 번의 이벤트를 했는데 첫 번째 강의를 신청했다. 강의를 신청하고 2만원을 냈더니 에코백과 책을 미리 보내줬다. 대출혈 서비스다. 민음사 괜찮은 겁니까?

 

  카페 파스텔에서 한 첫 번째 강의는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와 질문,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열일하는 반비 트위터에 강의 내용이 상당히 자세히 올라와 있다.

https://twitter.com/banbibooks/status/887626527206068225

 

  남성 위주로 형성된 사회 속에서 여성이 읽고 쓰는 것이 (좋으면서도) 고통스럽고 어려운 경험임을 저자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 뭉클했다. 좋아하는 두 분이라 즐겁게, 오래 글을 써주시길 깊이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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