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의 저자 김건우는 1968년 대구 출신에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박사 논문이 1950년대 잡지 사상계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도 저자의 박사논문이랑 시기가 겹친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세대에 대한 평전"이다. 저자는 해방 후 한국에 사상적, 정치적 영향을 준 설계자들로 학병 세대를 꼽는다. 학병 세대들은 제국의 고등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바람에 친일 논란에도 자유로웠다. 학병으로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친일을 요구받기에는 젊었다.(18쪽)


  학병 세대는 크게 1)사상계 계열 2)종교 계열(무교회주의/한신/개신교/천주교 등) 3)민족주의 계열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책을 대표하는 한국의 "정통 우익"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해방 후 한국의 역사에서 좌익이 정권을 잡은 적이 없음을 말한다. 해방 후 친일 세력은 자신이 살기 위해 우익을 독점하려 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한국에서 좌우 프레임으로 득을 얻는 이가 누구인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을 보면 저자가 되도록 인물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하면서도 몇몇 인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아니면 후손이나 관련자들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지만 여러 사람의 삶을 다룬 열전이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인물에 대한 삽화뿐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연결 고리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 김수환이 1940년 동성상업학교 다닐 때 수신과목 답안지에 "나는 황국신민이 아니다"라고 썼다가 교장인 장면에게 뺨을 맞았다. 그런데 나중에 장면의 아들인 장익 신부가 김수환의 비서 역할을 했다.(205~206)- 와 같은 부분이다. 역시 현실이 픽션보다 장관이다. 선우휘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는데 반공주의자인 선우휘가 고향 사람이면 이념과 상관없이 챙겨주었다고 한다.

 

  책의 판형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 목차가 겉으로 드러나 너무나도 정직한 표지가 되었다. 깔끔하고 정직한 표지 사랑한다.. 게다가 책 내용이나 장르와도 어울린다. 이 책은 원래 2015년 주간동아에 연재한 것을 묶은 것이다. 민음사 (전) 대표인 장은수의 권유로 썼다고 한다. 궁금해서 끝페이지를 보니 편집인이 장은수다. 느티나부 책방이라는 곳에서 나왔는데 그물코의 임프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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