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나왔다. 문학 동네의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나는 이 작품집을 꽤나 고대하는 편이다.

 

  문학계의 여러 일을 반영하듯, 이번 작품집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휘두르는 성폭력과 관련된 소설이 세 편 있었고 레즈비언 커플을 다룬 두 편의 소설이 있었다. 


  단편만 모아둔 것이 아니라 단편-단편에 대한 작가의 말(작가 노트) - 평론가 해설로 이루어진 점이 좋다.

이번에는 작가 노트에 인상적인 말이 많았다. 내년도 기쁘게 기다리겠다. 실린 작품에 대한 짧은 정리를 해본다.


임현 '고두'

  윤리 과목을 맡은 남자 선생과 학교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여학생 연주의 이야기를 다룬다.

화자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래서 좋은 의미로 찜찜하고 불편하다. 


최은미 '눈으로 만든 사람'

  어릴 때 작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강윤희가 병에 걸린 작은 아버지의 아들을 잠시 자기 집에 맡게 된다. 

  이전에 빨간 책방에서 "목련 정전"의 일부를 작가가 낭독한 적이 있다. 그 때 소설을 들으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촘촘하게 잘 구성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이름이 초반에 쏟아지기 때문에 고유명사에 약한 나는 정신차리고 읽어야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준 사건이 담담하게 툭 던져진다. 그 부분이 나를 상당히 긴장시켰다. 언제 이상한 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공포영화를 보듯이.

 

김금희 '문상'

  희극배우의 연극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송"이 부친상을 당한 희극배우를 방문하러 동대구로 가는 이야기이다.

  '너무 한낮의 연애'도 그렇고 작가에게 연극이란 무엇일까? 친하지도 멀지도 않은 민망한 인간관계의 묘사가 좋았다.


백수린 '고요한 사건'

  서울의 낡은 동네로 이사한 소녀의 청소년기를 보여준다. 

  2010년도의 중산층 여성의 유년기-성장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해설 부분에 엄마의 말뚝과 비교하는 부분이 있다. 

  쉽사리 결론내지 않으려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 좋았다. 주인공이 또 보고 싶다. 연작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이미 되어있을지도..)


강화길 '호수-다른 사람'

  '나'는 내키지 않지만 민영의 남자친구와 호수를 방문한다. 민영은 호수 근처에서 사고를 당했고 의식 불명의 상태다.

  '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나'가 수상쩍은 민영의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런 감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 소설의 핵심은 "내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해요?"라고 생각한다.


최은영 '그 여름'

  18세 때부터 사귄 이경과 수이. 둘 다 여자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경은 수이에게 점점 거리감을 느낀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지인이 "그냥 최은영 소설 같아요.."하며 기대하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그렇지만 이 소설도 좋았다!! 오래된 관계의 헤어짐에서 오는 고통스러움이 절절했다.

"수이와 헤어진다면 그 상황을 가장 완전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수이일 것이었다. 그 가정은 모순적이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웠다." 와 같은 문장을 쓰는 작가를 나는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한지와 영주'에서도 그랬듯이 최은영 작가의 인물들은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사람들이다.


천희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효주"와 "선생님"의 편지로 흘러가는 소설이다. 

  그야말로... 문학 공부할 때 잘 등장하는 "서간체 소설". 형식의 이점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있다. 선생님은 (내가 읽어본 소설 기준으로) 전무후무한 인물이라 매력적이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문구는 역시 "이 모든 게 진심이니까"가 아닐까? 

  작가의 말에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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