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관광지를 방문할 때,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쇠락한 것도 모자라 정체 불명의 것들이 모여 서로 어색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관광지를 구성하는 것들이 나에게

"이거 이렇게 되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끄럽다. 관광지에 오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건 나인데 창피한 건 왜 내 몫인가. 자동으로 세금의 낭비도 떠오르기 때문에 입맛이 씁쓸해지고, 그 공간이 미워지기까지 한다.

  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타워는 쇠락하였고, 이상한 전시물이 있고, 황폐하다. 접근성도 나쁘다. 그러나 저자는 나와 반대로, 이런 상황을 즐거워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차피 타워는 쓸데없는 장소이고, 그 쓸데없는 부분이 저자에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타워가 왜 좋은지 열심히 설명한다. 타워에 대한 그의  애정은 깊고 다정하여 나도 모르게 설득된다. 개성적인 표현도 재미를 준다. 여기 등장하는 타워뿐 아니라, 그동안 나에게 슬픔을 주었던 쇠락한 관광지에 방문해 보고 싶다.

  책의 물성이 마음에 든다. 판형도 좋고, 종이도 좋고 무려 글씨 크기와 자간도 마음에 든다. 다만 관련된 사진을 보려면 본문을 좀 지나쳐서 봐야한다. 본문에 맞는 사진이 바로 근처에 붙어있지 못하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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