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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 아르항가이 초원의 어느 여름 이야기
비얌바수렌 다바.리자 라이쉬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1 누가 뭐라 해도 개가 좋아!
복실이, 누렁이, 띠띠, 미키.
모두 나와 함께 했던 개들의 이름이다.
십대부터 이십대를 나와 함께 했던 그들.
그 중에서 진짜로 내가 직접 키웠던 건 바로 미키.
무주에서 근무할 때부터 인천에서 사라질 때까지 약 3년 이상을 함께 했던 것 같다.
녀석이 사라진 걸 알았던 날,
그 놈을 두고 나흘간 숙소를 비웠던 나를 원망하며 녀석에게 용서를 빌었다.
자전거를 타고 그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고였을 뿐.
난사가 계곡에 앉아 조호르를 부르는 사진에서 난 그때의 나를 봤다.
사람들은 덤프트럭 사람들이 잡아먹었을 거라는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공사현장에는 언제나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그 후 마당이 있는 집을 사지 않는 한 절대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쩌면 이토록 발버둥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도,
다 미키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난 성공, 부자 이런 게 되고 싶진 않다.
별 걱정없이 미키같이 예쁘고 영리한 강아지나 키우면서 행복한 집에서 살 수 있길 바랄 뿐.
그러나, 한국이라는 땅에서는,
그 소박한 꿈마저 쉽지 않다.
#2 몽골, 티벳, 네팔이라는 불국토
포카라를 가보고 싶다고 했던 것도, 티벳을 가보고 싶었던 것도,
지금 그 목록에 몽골이 포함된 것도,
모두 그곳에서 느껴지는 고요함, 소박함, 그 속의 행복함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불교가 그들 속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배운 불교는 그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역시 한국 땅에서는 쉽지 않다.
조그만 천막(게르)에 오손도손 다섯식구가 함께 살며 초원을 이리저리 유목하는 그들의 삶에서,
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개가 죽으면 꼬리를 조심스레 잘라서 머리 곁에 두어 나중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비는 맘속에서,
불교는 살아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