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쓸모 - 내가 보기에 좋은 것, 남도 알았으면 싶은 걸 알릴 때 쓴다
손현 지음 / 북스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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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글을 쓰나요?

 

교회의 젊은 전도사님이 내게 물었다.

 

- 역으로 질문해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은 왜 기도하나요?

 

내가 답했다. 작은 교회에서 가정의 달을 맞이해 세대 소통 북토크 강연을 했을 때였다.

 

원론적인 질문은 언제나 어렵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대답이 바뀐다. 공자가 '인'에 대해 묻는 자들마다답을 달리 알려준 것처럼, 본질은 하나이나 답은 여러 개가 되는 것. 그래서 글쓰기의 쓸모는 뭘까? 다행히도, 사전에 공유받은 질문이어서 준비해 온 답을 말했다. 

 

- 오늘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글쓰기는 기도와 같다고. 여러분은 언제 기도를 하고, 누구를 위해 기도를하세요? 어디서, 어떻게 기도를 하세요? 나를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남을 위해서 하기도 하고. 조용히 마음 속으로하기도 하지만, 소리 내어 기도하기도 하죠. 슬퍼서, 기뻐서, 화나서 기도를 드리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 밥을 먹기전에도 하기도 하잖아요. 어느 날은 내 내면을 알고 싶어서, 어디론가 도달하고 싶어서.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요. 그런 기도의 성질과 글쓰기의 물성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 날의 나는 글쓰기의 쓸모에 대해 구구절절 말했다. 그러니 기도하듯 써보시라고 권유도 했다. 기도하듯 써라. 기독교인에게 어떻게 들렸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오늘 북토크의 후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써주었다. 

 

유신론자이자 무교인 내가 교회에서 기도를 운운한 것이 효과적이었길 바랬을 뿐이다. 종교시설이 아닌 어디선가 다시강연을 하게 된다면 그 때는 손현의 말을 인용해볼까 싶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글쓰기이든 그 외의 것이든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데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_p.27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의미를찾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_p.27

 

글쓰기의 쓸모란 그렇다. 나를 알기 위함의 시작인 셈이다. 나와 내 욕망, 그리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기기 위한 도구. 이 도구는 또한 열심히 사용을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가 않다. 나 또한 그렇다. 꾸준히 쓰는 것도, 효과적으로 쓰는 것도. 

 

<글쓰기의 쓸모>는 그런 가이드가 되어준다. 저자가 등불을 든 채로 우리를 글쓰기의 길로 이끈다. 등불로 그는 그와 나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쓰는 자를 소개시켜준다. 고수리 작가와 이승희 마케터와의 인터뷰가 삽입되어 있어, 그들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들을 수 있다.

 

특히,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고수리 작가가'한겨레 아동 문학 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나, 여러 플랫폼을 써보라는 이승희 마케터의 이야기에 어떤 행동을 할 지 감이 잡힐거다. 더불어 책에 worksheet가 있으니, 손현의 등불을 따라 적어보자. 

 

앞서 내가 말했듯이, 글쓰기라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부제 '내가 보기에 좋은것 남도 알았으면 싶은 걸 알릴 때 쓴다'인 것 처럼 말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에게 읽히고 싶어한다. 어떻게 읽히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꾸준히 쓰게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이 제일 좋았다. 그 중 <우리는 각자 누군가의 러닝 메이트다>의 일부분을 적어볼까 한다.

 

달리기 자체는 혼자하는 행위가 맞다. (...) 어느 순간 달리가가 나만의 영역을 벗어나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_p.205

 

25km 이후부터 결승선까지 나보다는 러닝메이트를 위해 달렸다. (...) 그걸 책임감이라 부르든 끈가라 부르든, 어쨋든 러닝메이트가 없었다면 롱런은커녕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_p.206

 

<웹진 취향껏>을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현재, 내 글쓰기의 대부분이 그들과 함께 나온다. 나의 글쓰기메이트인 셈이다. 글쓰기 자체는 혼자하는 행위가 맞다. 하지만, 이를 계속해서 하기 위해서는 읽어주고 써주는 메이트가 필요하다. 

 

그에게는 그의 아내인 양수현이 있다. 그리고, 글쓰기의 쓸모에 대해 말하지만 가족 자랑을 왕창한다. 이게 바로... 결혼 장려가 아닐까? 마지막 장에 나오는 그의 가정사는, 그러니까 글쓰기의 쓸모는, 그런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설득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기획을 내가 생각하고 실천은 안했지.'하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당장 기획안을 구성하고 글을 쓰고싶었다. 구성은 다시 했으나, 아직 행동은 못했으니... 알고도 못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가 싶다. 그래도, 필사와 독후감은썼으니 성공이라고 쳐주도록 하자.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의미를찾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 P27

달리기 자체는 혼자하는 행위가 맞다. (...) 어느 순간 달리가가 나만의 영역을 벗어나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 P205

25km 이후부터 결승선까지 나보다는 러닝메이트를 위해 달렸다. (...) 그걸 책임감이라 부르든 끈가라 부르든, 어쨋든 러닝메이트가 없었다면 롱런은커녕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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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 평정심을 찾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아날로그 아르고스 1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제임스 롬 엮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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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아르고스1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한 줄 평 :

고대 로마 제국 사람한테 팩폭으로 순살되고,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로마 제국 시대의 정치인이자 네로 황제의 스승인 세네카가 자신의 형에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쓴 편지 형식의 책인 <분노에 대하여>의 일부를 발췌하고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각각의 편지들의 길이가 길지 않은데다가, 책의 파트 구성이 잘 되어 있어 집중력있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책이 180도로 쫙 펼쳐지고, 양장본임에도 콤팩트하고 가벼운 것도 한 몫했다. 무엇보다 재밌다. 번역도 깔끔하다. 내용도 가볍지 않지만, 쉽게 읽힌다. 엮은이의 주석도 한 몫했다. 주석이 이렇게 쓸모있는 경우도 오랜만이었다. 출처 표시나 원문 해석을 적어놨을 줄 알고, 안보고 넘겼었는데 함께 읽는 걸 추천한다.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 할아버지... 뼈 때리는데? 나 곧 순살되겠는데? 우리 언니 읽게 해야겠는데?-였다. 논리정연하게 왜 우리의 분노가 값어치 없고, 그것이 결코 득이 되지 않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왜 분노하지 말아야하는지-에 반박할 것을 예상했는지, 그에 대한 답도 알려준다. 고대 로마에도 나같은 애들이 많았는지, 아니면 족집게 1타 강사인 건지 '질투는 나의 힘'처럼 분노도 좋은 촉진제가 될 수 있지 않나?-하는 나의 의문도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동네 박학다식한 할아버지가 야사를 들려주는 듯한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는 꼰대같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날려준다. 분노하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관대해지고 호구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부당함에 침묵하라하지 않는다. 어떤 신앙심이나 절대선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악한 사람이고, 나쁜 짓을 할 수 있으니 '상호 관용의 협약'으로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하라고 말한다. 분노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로 이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행동해야한다는 말에 절실히 공감했다.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별 것 아닌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자.


*우리 언니에게 강권하고 싶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도 분노에 사로잡힐 것 같아서 아쉬울 다름이다. 모두들, 이너 피스하세요.


내가 알기론 영혼의 위대함이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극히 단단하고 정의롭고 초지일관 굳건한 것인데, 악한 본성에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34

방종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면, 모든 것이 다 견디기 힘들어지는 법이다. 해야하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 P51

사람들한테 쌓인 울화를 물건에다 푸는 것보다 더 미친 짓이 어디 있겠는가? 살아 있지 않은 대상에게 화를 내는 것은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우리한테 아무런 몹쓸 짓도 하지 않는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미친 짓이듯 말이다. - P53

네가 반박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 잘못을 보면 참기가 힘들거든."
너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화를 참을 수 있다면, 어찌 잘못을 참을 수 없겠는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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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자들 - 알을 깨고 나온 페미니스트의 정체성 변화
유지호 지음 / 스크로파(SCRōFA)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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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약함이 단단해질 수 있음을. 이 책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서 찾아온 혼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한 체험을 다룬 이야기다. 청소년 시절 겪는 사춘기와 성장통을 여성이 페미니즘을 접하며 겪는 혼란, 그리고 아픔이 동일하다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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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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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도리를 할 때가 아닌 최선의 행동을 해야할 때임을 알려주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는 플랜 B의 거주지도 없고, 지구를 리셋할 수도 없다. 지금의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당장에 돌아오고 있음을 알아야한다는 걸 간단명료하게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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