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둑이 터지는 것은 아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균열이 시간의 힘을 빌려 마침내 재앙으로 이어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만 조건 없이 많이 주면, 다른 한쪽에서는 받는 것이 당연해진다. 주는 쪽은 '그럼에도' 주기만 했고, 받는 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받기만 했다. 일방적인 주고받음에 익숙해지면 주는 쪽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게 되고, 주는 쪽의 상실감은 점점 커지게 된다.-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