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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작은 아이 일 땐 당신의 모습은 한없이 커보이기만 했습니다. 주름잡힌 군복에 모자를 쓴 당신이 집에 들어오실 때면 TV를 보다가도 현관으로 뛰어나가 당신의 넓은 품에 안기곤 했습니다. 가끔 까끌한 수염이 싫었지만 다정스럽게 입맞춰 주시던 당신, 내 작은 맘, 작은 우리집을 채워주시던 그런 당신이었습니다. 계급장에 무궁화나 다이아몬드는 찾아볼 순 없지만 당신은 어느 누구보다 빛나고 훌륭하신 분이였습니다.
어느새 저는 작은 아이가 아닌 훌쩍 커버렸습니다. 커버린 제 눈에 비친 당신은 알고보니 세상에 지치신 분이셨습니다. 그 넓던 품도, 그 넓던 어깨도 세상에 찌들고 세상에 눌렸습니다. 한두개에서 이제는 뽑기에도 벅찰만큼 많은 흰머리에 희여진 머리카락, 모두 제탓인거 같아 마음이 시립니다. 술 한잔에 그 아픔 씻어보려는 모습이 제게는 눈물이 되지만 당신이 보여주시는 우리들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저도 언젠간 당신처럼 어른이 되겠지요. 세상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어느새 한 가정의 아내가, 그리고 엄마가 되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끝없이 당신이 생각날것입니다.
아버지,- 부르기도 벅찬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