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 - 개정판 ㅣ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7
송혜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뭐랄까.. 여자만이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같은 책이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꿈같이 산다는게 얼마나 허망한것인지.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것인지 그 앞에서 시간이란 게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그 모든걸 여자라는 영사기로 투영하는 잔인한 흑백영화같다. 내면의 슬픔과 상처를 외면의 화려함으로 감춘채 도도하게 턱을 치켜 든 귀부인마냥 그 떨림이 안쓰럽기 그지 없다. <이태리요리를 먹는여자>나 <무도회의 수첩>처럼 화려하게 시작해 처절하게 무너지는 형식은 그 화려함만큼이나 허무하다. 모든 여자들이 그럴까.. 모든 삶이 그럴까..
우리는 너나 할 것없이 수면위의 목은 우아하지만 수면밑은 발버둥치는 백조같은 걸까.
그럼에도 여자들만이 가지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본능은 여자작가가 아니라면 묘사할 수 없었을 만큼 간지럽고 음흉하기 조차하다. 사랑받지 못할 수록 상처받을수록 일상의 탐미에 (음식이름, 기억하지 못할 외국꽃이름, 앤틱 등) 집착하는것이 여자들의 숙명적이고 자학적 본능이 아닌가싶다. 남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타인을 상처입힘으로 풀어내는 것이 본능인것같이..
가슴이 무척 아팠다. 삶이 여자에게 주는 폭력이 작렬했다. 모든것이 지나간뒤에 남는 고요함에 소름 끼쳤다. 아프게 정말 아프게 웃고 있는 그녀들이 안쓰러웠다. 여자라면.. 한번쯤 사랑을 하고.. 결혼 혹은 헤어짐을 겪은 여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