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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앤 스파이스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연민에 육체가 끼어들면 사랑이 된다"-저녁식사중에서
그순간 무릎을 쳤다. 역시 야마다 에이미!
집요할 정도로 관계의 매개로서의 육체에 대해 집착했던 그녀의 신작을 술렁술렁 읽으며 이제 그녀도 나이가 들었나 싶었던 시점이었다. 여타 일본소설과는 다르게 고상함으로 포장하지 않은 원시적이고 인간적인 감각을 표현하던 그녀의 소설을 애독하던 나로선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익을만큼 익어 노련해진 모양이다.
나이 불혹에 가까워서야 연민과 사랑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여자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착각이 바로 연민이 사랑이라고 혼동하는 것이다. 거기에 육체가 끼어들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색음료가 되어버린다. 한없이 슬픈 사랑의 시작이다.
전권에 걸친 단편들은 솔직히 야마다 에이미 답지 않았다. 이미 국민학교 5학년생의 폭력적인 배척심리를 그린 <풍장의 교실>를 읽어버린 독자로선 요즘의 야마다 에이미가 성에 차질 않는 것이다. 단편집이라면 <120%쿨>이 더 나았다. 사랑얘기라면 <AtoZ>가, 육체와 사랑에 대한 직설적 화법이 필요하다면 <열대의자-최근 인어스프로 개정되어 나왔다>를 권하고 싶다.
<슈거 앤 스파이스>가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예전 작품들이 너무 괜찮은 탓이다.
그러니까 나는 고상한 야마다 에이미는 읽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