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
린다 버돌 지음, 박미영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예전 '스칼렛'을 읽었을 때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봐...

마거릿 미첼 여사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고서는, 결국 레트 버틀러를 떠나보내는

스칼렛의 그 고집불통과 정직하지 못함에 화를 내기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었다.

그래서 둘이 결국 행복해진다는 '스칼렛'에 환호했고, 나오자마자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스칼렛'의 스칼렛과 레트는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난 환호하면서 읽었다.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와 리지는 그들의 성격을 다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들이 단순히 연애(!)하면서 서로를 의식하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얽히는 것보다

그들이 결혼한 이후의 삶은 훨씬 더 두 사람을 생동감 있고, 더 개연성 있는 인물로 그려내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오만과 편견'의 모든 인물들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위컴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살지에 관하여 더할 나위 없이 많이 상상하고,

생각하고 그려냈다. 그래서 이 속편은 단순히 '오만과 편견'의 후속작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서

이 자체로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지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아마도 리지의 부모님 정도를 굉장히 싫어했던 것 같다. 제인과 빙리는

좋아하지만, 불쌍하게 생각했던 것 같고... 아마도 제인, 빙리에 대해서는 매력을 좀 덜 느낀 것이리라.)

다아시와 리지는 그들의 기질답게 사랑한다.

솔직하고, 적극적이고, 남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렇기에 리지의 첫 아이 이야기는 가슴 아팠다.

앤과 길버트의 첫 아이가 그러했듯...(그린 게이블즈의 앤이 이 대목에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그렇게 사랑했던 이들에게 행복은 결코 쉽게 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더 노력한다.

행복해지려고.

그리고 행복의 가치를 알기에, 다른 이들도 행복해지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노력한다.

다아시의 여동생을 위해서, 말구종이었던 소년을 위해서, 제인-빙리 부부를 위해서...

제인 오스틴은 결혼을 하지 않아서였는지, 그녀의 소설들은 대부분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 너머'는 가보지 못한 세계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속편은 아무리 제인 오스틴이라도 쓰지 못했을 작품이다.

단순히 선남선녀 캐릭터로만 다아시와 리지를 기억하기보다는,

난 '생활인'으로서의 다아시와 리지를 꼭 만나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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