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회색 빛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149쪽
그들은 들판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가 방마다 돌아다녔다. 거울에서 그들 자신과 마주쳤을 때 남자는 권총을 들어올릴 뻔했다. 우리예요, 아빠. 소년이 소곤거렸다. 우리예요.-151쪽
그 작은 아이 기억나요, 아빠?그래. 기억나.그 아이 괜찮을까요?응, 그럼. 괜찮을 거야.길을 잃었던 걸까요?아니. 길을 잃었던 것 같지는 않아.길을 잃었던 걸까봐 걱정이 돼요.괜찮을 거야.하지만 길을 잃으면 누가 찾아주죠? 누가 그 아이를 찾아요?선(善)이 꼬마를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거고.-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