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ㅣ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한글은 어렵다. 그래서 한국말도 어렵다. 글도 어렵고 말도 어렵다.

맞춤법은 지나치게 세세하고 복잡하고, 말은 울림 하나하나가 모여서 뜻을 만들어 여차하면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느 언어인들 안 그렇겠느냐 하겠지만, 국어는 특히 그렇다. 과학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학적으로 만들어진 법칙이 많이 존재한다. 더하기 빼기 처럼 명확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직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어를 전공으로 하거나, 국어를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야' 또는 '그게 아니지'정도의 대답은 분명 불만족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고 이래서 저렇게 되는거야'라는 수식과 같은 정확한 설명이다.

이 책은 애매하여 헷갈리는 것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한 단어들을 모아두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쉽고, 이해하기가 쉬운 것이다. 책도 얇고 가볍다. 간단히 들고 다니면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딱 좋은 두께에 길이이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합니까"라고 누군가라고 묻는다면, 나 또한 이 책의 설명방식과 같이 명확하게 말 해 줄 수 있다.

"당신...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무겁거나, 혹은 두렵거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정말 제각각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정말 사람들의 성향이나 취향이 각색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절대로 가볍지 않다.

아니, 가볍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무겁다.

왠지 쇠로 만들어진 바퀴를 달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수레와 같은 느낌이다.

절대로 가볍지 않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닌, 하지만 끄는 내내 왠지 모를 압박감에 조금은 괴로워지는 느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온다 리쿠의 책이 발간이 되면 순간 두려움이 먼저 느껴진다. 하지만 끝내는 그 책을 읽게 되는 묘한 끌림이 존재한다.

이 글 또한 온다 리쿠의 글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표지는 꽤나 화려하지만(온다 리쿠의 다른 책은 정말이지 단순하고, 어둡다) 내용은 어둡고 무겁고, 두렵다. 약간의 공포감마저 느껴지는 내용은 읽는 내내 몇 백 만개의 퍼즐을 맞춰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한 겨울, 뭔가에 빠지길 원하는데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과감히 온다 리쿠의 소설을 추천한다.

친절해진 재테크에 빠지기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정철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20대는 참으로 어중간한 시기이다.

처음 직장을 얻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경제인으로 활동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는, 정말이지 어중간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제관념 하나 없이 월급을 그냥 모아만 두려고 하는 건 얼마전부터 바보나 하는 행동이 되어 버렸다.

큰 부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어도 재테크 관련 도서 한 두권쯤은 꼭 읽어두어야 대화가 통하는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재테크 책이다.

경제개념 하나 없는 이가 읽기에는 버거운 용어들이 제법 등장하는 책들도 많기 때문이다. 처음 재테크 책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쓰인 책을 선택하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 책은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는 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반복이 너무 많아서 읽는 내내 "알겠다구!"하는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나친 친절함이 부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가장 친절한 재테크 도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청준의 이름이 주는 신뢰감과 무게감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7년 11월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마지막이 보이기 시작할 때 쯤이면

이 후에 어떤 책을 읽을까 하는 고민에 싸이게 된다.

그 고민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것 만큼 단순하지만 왠지 모르는 압박감이 존재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그럴 때 아무런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기준 하나가 바로 '작가'이다.

개인별로 다르긴 하지만,

'이 작가의 글만은 믿고 읽을 수 있어'하는 작가가 한 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 이청준은 그런 작가이다.

왠지 좋은 글을 써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작가.

그 이름만으로도 알 수 없는 무게감을 실어주는 작가.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고민없이 이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책은 이청준 소설의 단편모음이다.

한 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약간의 긴장이 떨어질 즈음에는 다른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래서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금세 그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줄거리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청준'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신뢰성을 믿어보길 바란다.

가장 알고 싶던 진실을 파헤치다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송승용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7월

나는 요즘 재테크 관련 서적에 푹 빠져있다.

왠지 그 책들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그 책을 쓴 사람들처럼, 또는 텔레비전에 종종 등장하던 펀드와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처럼 금세 목돈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는데, 내용은 정말이지 '읽어도 후회, 읽지 않아도 후회'하는 것들이었다.

읽지 않았으면 분명 바보처럼 펀드매니저의 입발림에 속아 추천펀드에만 목숨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펀드매니저의 말이 신의 말처럼 들리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정말이지 그런 실수를 저지르기 딱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읽고 있으니, 좀 더 읽지 못해서 후회, 좀 더 빨리 알지 못한 후회에 땅을 쳤다.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한다. 숨겨진 검은 손같이 어두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금융권의 비밀은, 주식이나 펀드를 통해 적게나마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귀 쫑긋한 이야기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