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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1
천주교서울대교구 엮음 / 가톨릭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는 미사 때 서에와 성혈 변화 때의 말씀입니다. 교회의 모든 행위의 중심과 정점은 미사이고, 이 말씀은 그 한가운데 핵심이 됩니다.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목숨까지 내놓으실 뿐 아니라 우리의 밥이 되기까지 하신 것, 예수님이 당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시는 사랑의 극치를 증거하는 말씀, 주교도 그렇게 자기 신자들을 위하여 예수님처럼 내어 주어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제 1권>, P.270
좋은 어른이 그리운 요즘이다.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사회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보다 꼰대라는 이름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꿀팁이라며, 유용한 정보를 소개하는 경우는 많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전하는 조언은 찾기 어렵다.
한국천주교의 자랑인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신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인자한 미소와 자신의 주교 표어처럼 모든 이를 위하여 내어주는 바보의 삶이 여전히 그립다.
다행히 추기경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글을 만났다 :)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어머니와 형, 어린시절의 추기경님 이야기와 기도 시, 강론 글, 인터뷰이다.
1. '한 여성을 완전한 의미로 사랑해 줄 자신이 없기'에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사제가 됐다는 솔직한 추기경님의
말씀에 웃음이 났다. 이 말씀은 꼭 더 많은 사람을 완전히 사랑하기 위해,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사제가 되었다는 말로 들린다. 또한 '신부로서는 부적당하다'는 고민은 추기경님께서 본인을 낮추는 겸손이라 생각했다. 제가 다 하겠습니다!의 교만이 아니라,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저를 도구로 사용하소서. 저를 주님, 당신 앞에 온전히 봉헌하고자 합니다.의 겸손이 떠올랐다.
2. 1979년, 나의 기도
주여,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당신과 만나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당신과 함께 영원을 향하여 걷고 싶습니다.
형제들을 위한 봉사 속에
형제들을 위한 가난 속에
그들과 함께 모든 것을 나누면서
사랑의 몸과 마음 다 바치고 싶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제 1권>, P.62
1979년이면 이미 추기경이셨고, 또 환갑에 가까운 나이셨을 텐데 추기경님은 이런 기도를 하셨다.
이미 주님을 보고 만나고 함께 살고 계신게 아니었을까? 봉사와 가난 속에 사랑으로 살고 계셨을 때에도
추기경님은 이런 기도를 하셨다. 긴 시간이 지나고도 신앙의 본으로, 존경 받는 이유는 바로 이 기도에 있나보다.
이미 얻었다는 곳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이라는 시간을 걸쳐 주님과 영원을 향하여 걷고자 하는 노력이 믿음이다.
3. "제가 실명하여 이제는 남의 안내 없이는 한 걸음도 길을 갈 수 없게 되니 제게는 '내가 길이다'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이 참으로 저의 길이십니다. 예수님 없이는 제 인생 길을 갈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우리의 길이신 예수님이, 우리가 참되이 살기 위해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겠습니다." - 김재문 신부 장례 미사, 1980.7.7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제 1권>, P.170
사제 수품 1년 밖에 되지 않은 사제가 신부전증을 앓아 시력을 잃고 있을 때, 추기경님은 그 사제의 병문안을 가셨다. 미사 봉헌 중인 사제가 미사 경문에 나온 보통의 주님의 기도 초대 말인 아닌 당신의 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추기경님은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그 일을 장례 미사때 말씀하신다. 또한 추기경님은 그 사제가 병고를 통해 주님의 수난에 직접 참여하여 사제직을 가장 깊이 수행하고 완수했다고 믿으셨다. 죽음은 새로운 삶, 부활의 참된 생명으로 옮겨가는 관문임을 김 신부님을 통해 스스로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전하신 것이다.
정돈된 기도문을 주문 외우듯 외우며 기도하고 있지 않나? 입으로만 기도하고 있지 않나?
죽음 앞에 가장 솔직한 삶이 드러난다.
4. 올바른 종교의 역할, 종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있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도교가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는 남을 위해서 당신을 바치신 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이, 병든 이, 소외딘 이들과는 당신 자신과 일체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저 보잘것없는 형제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내게 해 준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도 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사실 적지 않습니다. 크게 반성해야 겠습니다.
1998.05.27 문화일보 인터뷰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 제 1권>, P.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