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어디서 나왔어요?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질문이 시작된 것은 아이가 자신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묻는 철학이 시작된 엄청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될 것 같아요. 이런 때에 숱하게 들어왔던 배꼽설이니 다리밑 이야기로 힘들어할 필요는 더이상 없을 것 같군요. 그럼 영국식 배꼽설은 어떤건지 함께 떠나볼까요.사탕과 초컬릿을 먹고 있는 두 아이에게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엄마 아빠가 설명합니다. 설탕에 양념, 향기로운 것까지 섞어서 여자아이를 만들고 달팽이와 강아지 꼬리를 섞어 남자아기를 만든다구요. 때론 공룡이 가져다 주기도 하구요, 붕어빵을 굽듯이 구워내기도 하고, 돌 밑에서 아기가 나올 때도 있다고 하지요. 또, 화분에 아기씨앗을 심고 물을 주어 아기꽃이 피어나는 거라고, 아기반죽 튜브에서 아기를 짜내기도 한다고 설명하던 엄마 아빠는 마침내 엄마가 소파 위에 큰 알을 낳았고 그 알속에서 너희들이 튀어 나왔다고 말합니다.하지만 진지한 설명 뒤의 아이들은 박장 대소하면서 오히려 엄마 아빠에게 아기가 생기는 과정을 쓰윽쓰윽 도화지 위에다 그리면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몸속에는 알이 있고, 아빠 몸 바깥쪽엔 씨앗주머니가 있구요, 아빠한텐 씨앗을 뿌릴 튜브까지 있어서 엄마의 조그만 구멍으로 달리기 시합을 해요. 일등한 씨앗이 알을 차지해서 아주 작은 아기가 되고 아기가 점점 커질수록 엄마는 뚱뚱해지고 마침내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라구요. 이제 아시겠어요? 엄마 아빠. 모두모두 다 그런걸요.라고 하면서 동물농장 친구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모든 동물들이 엄마 아빠가 있고 그래서 아기동물이 태어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지요.아이들이 그린 엄마 아빠의 모습은 정말이지 대여섯살 수준의 단순한 누드입니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힘을 합친다고 설명하는 그림은 정말이지 성이 즐겁고 아름다운 것임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어 남편한테 먼저 보여주면서 웃었지요.가장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 아빠를 낯뜨겁게 할 일도 없이 지나치게 오버할 필요 없이 사실 그대로를 가장 아이들다운 용어와 그림으로 다가서는 유머까지 갖춘 즐거운 성교육 지침서가 아닌가 싶어요.
책겉표지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직 설익은 초록 사과가 있습니다. 다음 속표지에는 좀더 자란 초록 사과가 있습니다. 그다음 속표지에는 이제 빨갛게 잘 익은 먹음직스런 사과가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구요.이 사과를 반으로 뚝 자른 면이 갈색을 배경으로 보입니다.자세히 보면 까만 씨 주변에 빨간 점 하나가 보이구요. 이 빨간 구멍을 따라 꼬물 꼬물 애벌레가 기어나와요. 사과의 이쪽 저쪽을 터널속처럼 야금야금 통과하면서 어느새 애벌레도 제법 덩치가 크게 자랍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사과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길게 실을 늘어뜨려 번데기가 될 준비를 합니다. 어느새 가을이 왔는지 초록빛의 사과나무 잎들도 갈색으로 변하여 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그리고 나무마다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 되었습니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옵니다.그리고는 봄풀들이 가득한 들판을 날아갑니다. 나비는 훨훨 날아 사과나무 한그루를 발견합니다. 사과꽃 한송이에 나비가 앉아 꿀을 먹습니다. 나비 덕분에 사과꽃 엄마(암술)는 멋진 아빠(꽃가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처음 사과 속에 등장한 빨간 점하나가 또 보이는 군요. 사과꽃 속에 말이에요. 이제 꽃잎이 떨어지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작은 아기 사과가 맺혔구요. 귀여운 아기사과는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 첫 표지로 돌아가 이러한 과정이 계속 돌고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지요. 글도 하나 없고 그림 또한 무척이나 간결하며 등장하는 색깔 또한 빨강, 초록, 까망, 하양, 갈색뿐이에요. 얼핏보기엔 너무 단순한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지만 아주 과학적인 접근들이 곳곳에 가득하지요. 동물들만 결혼을 하는것이 아니잖아요. 식물들도 꽃을 피우고 암술과 수술이 만나 결혼을 해서 나은 아기가 바로 열매지요. 열매 속엔 예쁜 씨가 숨어 있구요.또한 여기에는 자연의 철학까지도 함께 있습니다. 나비가 사과꽃의 결혼을 도운 것처럼 사과는 애벌레를 키워 나비가 되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글이 없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요, 읽을 때마다(?) 다른 얘기들도 꾸밀수 있어서 좋아요.
하얀색의 그림같은 집에는 아름드리 자란 나무 두그루가 있습니다. 역시 하얀 나무울타리를 따라 앙증맞은 꽃들이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집은 조용하고 쓸쓸하게까지 보입니다. 모두들 낮잠을 자고 있으니깐요.집안 침대에는 할머니가 등을 돌린채 자고 있구요, 등받이가 기다란 의자위에선 꼬마아이가 운동화를 벗어놓은채 자고 있지요. 꼬마가 꿈결인듯 일어나 드르렁 코고는 할머니 위로 올라가 다시 음냐 음냐 행복한 꿈을 꿉니다. 그리고는 있는지도 잘 몰랐던 커다란 개 한마리가 하품을 하며 꼬마 위에 올라가 꾸벅꾸벅 좁니다. 그러자 고양이가 깨어나 한껏 기지개를 펴고는 일어나 개위에 누워 깜박 잠이 듭니다. 어느새 생쥐 한마리가 쪼르르 고양위위에 앉아 겁없이 꼬박꼬박 졸기까지 합니다.쥐 위에는 벼룩이 한마리 앉았는데 말똥말똥 깨어 있네요.말똥말똥 벼룩이 쥐를 콱 물어서 쥐가 고양이를 깜짝 놀래키자, 고양이가 개를 할퀴고, 개가 꼬마위에 떨어지니까 꼬마가 할머니와 부딪쳐서 할머니가 떨어지는데 그바람에 침대가 와지끈 하고 부서지고 만답니다.반복되는 문장은 운율처럼 아이들을 좋아하게 만들지요. 거기에 재미난 요소까지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똑같은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림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수도 있구나하고 놀랄 뿐입니다. 색깔이 아름답고 환상적일 뿐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나 표정들이 과히 예술입니다. 첨엔 저도 생쥐나 벼룩이 원래부터 이 방에 있었는지 몰랐었거든요, 그래서 다 읽고 나서 윤서하고 동물들이 어디 숨어 있었는지 찾기 놀이 했었어요. 거울위에 있던 생쥐가 이번엔 어디에 숨었지? 하면서 말이에요. 벼룩 찾기는 정말로 장난이 아닌 난이도에요. 하지만 반딧불이처럼 빛이나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톡톡 튀면서 의자위에서 물병 앞으로 생쥐위까지 튀어가는 1단계 벼룩 찾기와 잠자던 생쥐를 깨우면서 도망가는 난이도가 한차원 높아진 2단계 벼룩찾기는 정말로 재미 있답니다.거기다 이 그림은 색깔의 변화를 눈여겨 볼만합니다.보랏빛마저 감도는 첫장면에서 색이 점점 푸르러 지다가 벼룩이 쥐를 깨우는 장면부터 창가부터 시작해서 노란색이 늘어가 초록빛으로 배경이 바뀝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들이 모두 낮잠에서 깨어난 순간은 빗방울이 멈춘 햇살이 도는 창과 함께 바탕이 온통 환한 노랑입니다.떨어지는 동물이나 꼬마가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한 표현이 참 섬세하구요, 마지막 장면은 다시 첫장면에 등장했던 멋진 저택이 마무리 짓습니다. 쓸쓸하니 세발 자전거 하나 달랑 있던 정원에는 할머니와 뛰어노는 꼬마와 커다란 개와 고양이가 정원을 가득채우고 있어 아주 대조적이지요. 뾰족 지붕위로 무지개까지 이 분위기에 한몫하지요.부부만큼 서로를 잘 아는 관계가 있을까요?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