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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데이빗! ㅣ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속표지 첫장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은 두 팔을 허리에 올려 놓고 있는 푸른 물방울 브라우스에 연두색 치마를 입고 서 있는 가슴 아래의 엄마 모습인데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뭔가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 느껴지네요. 그렇게 넘긴 다음 페이지엔 빡빡이 머리의 꼬마가 까치발을 하고서 오른손에 빨강, 파랑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왼손엔 까만 크레파스로 안돼, 데이빗!이라고 낙서를 하고 있죠. 물론 벽에는 그것 말고도 어설픈 별 모양에 끄적거림에 손모양까지 알록달록 낙서가 가득합니다.
데이빗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직 세돌도 안된 현서의 모습과 꼭 닮았어요. 우리 집 벽에는 정말 알아 볼 수 없는 다양한 그림들이 가득한데 모두 현서의 작품이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도 현서는 줄하나 그어 놓고도 붕붕차다 동그라미 하나 그려 놓고는 엄마라고 주장하거든요. 자 이제 데이빗의 개구쟁이 짓이 우리 현서랑 얼마나 꼭 같은지 확인해 볼까요? 아이들 손을 피해 높이 높이 올려 정리하는 것도 엄마의 머리싸움이겠지만 어느순간 아이의 머리가 쑥쑥 자라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려면 책을 쌓거나 의자를 갖고 올라가면 된다는 걸 알게되지요. 데이빗도 높은 곳에 있는 쿠키상자를 꺼내려고 의자를 갖다 놓고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네요. 그러니 우리 엄마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안돼, 데이빗!이라고 외칠밖에요.
바깥놀이하고 흙에다 잡초까지 잔뜩 묻혀온 데이빗에겐 엄마의 안된다는 소리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군요.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기죽지 않고 진짜 재미있게 목욕물이 넘치도록 물놀이에 전념합니다. 옷입어야 되는데도 발가벗은 채 도망가는 우스꽝스런 뒷모습에, 냄비 모자 눌러 쓰고 후라이팬 드럼 꺼내 놓고 숟가락 채로 둥둥 두드리니 얼마나 시끄러울까요? 다들 잘 알거에요. 포크에 감자 꽂고 닭다리 두 개 꽂아 사람 만들기 놀이도 하고 꼭꼭 씹지도 않고 음식을 한꺼번에 가득 먹지를 않고 만화영화에만 빠져 있는 데이빗에게 엄마는 '이제 그만 네 방으로 가!'라고 외칩니다. 다소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방으로 간 데이빗은 노란 보자기에 빨간 부츠, 파란 가면까지 쓰고 방금 본 만화 주인공처럼 침대에서 뛰고 놀다가 '얌전히 못있겠니!'라는 말을 듣게 되구요.
얌전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데이빗의 선택은 가히 압권입니다. 두 페이지에 걸쳐 어마어마한 데이빗의 얼굴만 가득한데 삼각형에 구멍 두 개로 그려진 코에 집게 손가락의 절반이 쑥 들어간 채 콧구멍 후비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당장 그만두지 못해!'하고 목청을 높이구요.
아이들은 왜 한가지 놀이만 하지 않을까요? 장난감 정리 좀 해 놓고 다른 놀이하면 안되는지 그림그리다 만 종이에, 크레용, 블럭조각들, 붕붕차에 인형, 그림책들을 발디딜 틈도 없이 늘어 놓고는 텔레비전 앞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은 정말 낯익은 모습이네요.그러니 이쯤에서 엄마의 한말씀'장난감 좀 치워라!'
이젠 정말 위험한 장난에 나선 데이빗, 야구방망이를 들고 멋진 포즈 취하구요. '집에서는 안돼, 데이빗!'이란 엄마의 절규와 함께 꽃병은 깨지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데이빗은 방구석에 앉아 눈물을 흘립니다.'그것봐 안된다고 했지?'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 한채로요. 하지만 이제까지의 날카롭고 외침에 가깝던 엄마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얘야, 이리 오렴'이라고 다정한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데이빗은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갑니다. 그리고 푸른 물방울 블라우스의 넓은 가슴에 푹 안깁니다. '그래, 데이빗, 엄만 널 가장 사랑한단다!'
마치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단순한 그림에 꼭 자기같다는 느낌을 받아서인지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이에요. 보고 또 보고 내가 한번, 남편이 한번 윤서가 한번 읽어준 공인지 몽땅 외워서 자기도 잘 읽는다. 아주 감정까지 넘치게... 이쯤되면 엄마도 흐뭇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아들 딸들이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얼마나 많은 잔소리와 협박들을 늘어 놓는지 한번쯤 반성하게 하는 책이구요, 잔소리 뒤엔 항상 따뜻한 포옹으로 사랑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