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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한 하루
마이클 모리스 지음, 김양희 옮김 / 꽃삽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신지 얼마되지 않은 때 읽은 이 책은 내게 큰 선물이었다. 비교적 젊은 연세에 어느날 갑자기 알게 된 암이라는 병은 그야말로 사형선고였다. 몇 개월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에 빠지기도 전에 암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여기저기 심각한 후유증들을 만들어냈다. 현대의학으로 할 수 있는 온갖 의료기구와 평생 멀리해온 무서운 약물들을 쏟아 부었다. 당신 삶을 돌아보고 추억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그저 꿈만 같았다. 우리가족끼리 소풍 한 번 가보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님의 작은 소망도 병원에서만 보낸 고통의 시간 속에 묻혀 버렸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대학을 중퇴하면서 달려든 직장생활은 어쩌면 그의 전부였다. 그래서 휴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이었고, 딸의 체육행사보다 직장의 일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게 몸바쳐온 회사의 일이 학력에 밀리는 아찔함을 경험한 그로서는 건강을 생각하라는 아내의 조언이 멀게만 느껴진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몸이 알려오는 신호들을 무시한채로 오직 목표만을 향해 무리하게 달려가는 내 모습이 겹쳐진다. 아이들이 달려들고 조잘대는 일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오히려 짜증으로 받아치는 일에 찌들려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떠오른다.
그런 그가 어느날 심각한 추락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폐암이라는 사실을 통보받게 된다. 그는 어머니를 암으로 보내본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병원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선택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그는 진짜 삶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머니가 남긴 추억의 상자를 보며 그동안 일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진짜 삶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는 아버지를 부담스러워했다. 부자관계인 그들 사이엔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위험해서 차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들을 해낸다. 그는 그랜드캐년이라는 목표를 향한 여행 속에서 자신과 아버지의 공감대를 찾는다. 아니,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이며 진정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아버지였음을 깨닫는다.
죽음을 앞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일들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내 아이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일에 시간을 내어 주기, 다시는 보기 싫은 미운 사람을 용서해 주기...... 죽음을 앞둔 그가 한 일들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 하루는 가장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죽음을 앞둔 것처럼 생각해보는 일만으로도 내가 누리는 축복된 날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쉽고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사이 사이 펼쳐지는 수채화가 마음 저 편까지 맑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명대사 명장면을 손꼽으며 감동에 젖게 될 뿐 아니라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