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사이 난 분명 욕구불만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알수 없지만 이 욕구는 ‘눈물’의 메마름에서 온다. 나의 마음이 이 시대의 트랜드와 또 하나의 맥을 같이 하는지, 극장에는 최루탄 같은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고 또 기다리고 있다. 난 이미 두편을 보았고, 올겨울 초까지 멜로물만 3편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나름대로의 기라성같은 배우들과 알아주는 감독들의 작품이지만, 얼마든지 울어주겠다..라는 나의 열린(?) 자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코어는 나의 바라지 않는 완승이다.

공지영씨의 책을 다시 한번 집어 들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로 한달도 채 안된 사이에 난 그녀의 책을 다시 들었다. 그녀가 나의 ‘구세주’마냥 욕구 충족의 대상이 될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녀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슬픈지를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하염없이 울었었다.

극장에서 볼때만 하더라도 무미 건조한 그 전개에 ‘이게 뭐야’라며 의문을 던졌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건물이 무너지지도, 많은 이가 죽지도, 가슴 아픈 이별도 없이 죽음으로서 한 남자가 떠나버린 그 영화를, DVD로 빌려다가 구석진 방안에서 하염없이 울었었다. 사랑이란 건 사실 삶의 한 방법이며, 의외로 평범하고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감흥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단지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가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주위의 반대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는 연애담보다 죽어라고 사랑을 했고 모든 걸 다 주어야겠다는 사랑을 했지만, 삶에 지쳐 그것이 고달파 이별하고 그 인연에 가슴 아파하는 그 모습에 한명의 인간으로 동감했다. 사랑만으로 한 사람을 책임지기엔 현실은 배고프고 책임은 무겁다는 걸 알아버린 30대여서 가능한 하소연일까.


왜 드라마에선 개연성 없는 설정에도 막판 주인공들의 키스신 한 장면에 해피앤딩이라며 열광하며 보던 내가 작가님이 큰 맘먹고 마련하신 축제의 장에 끼지 못하는 건 단지 나 특유의 ‘딴지정신’ 때문인가. 7년만의 해후와 주인공 두 남녀의 사랑을 점찍는 장면에서 난 쓸쓸하게 한 여자를 사랑했던 민준이라는 남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어짜피 삶은 이기적이고 사랑이 그 정점에 있으며, 게다가 이건 소설이라며 아쉽게도 조연이었던 민준이라는 남자에 대한 역할은 단지 주변인물에 불과하다고 말을 하면 할말은 없지만, 난 진심으로 그 이에게 동정이 갔고 15년동안 한 사람을 사랑한 그에게 아픔을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 난 사랑만이 모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한 나이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랑이 그래도 이기적임을 알 수 있다.

좋다고 하여서 외롭다고 하여서 선택할 수 없다며 괴로워하는 여자와 그래도 좋다며 매달리는 남자중에서 누가 더 괴로운 걸까. 아니면 또 한 곳에서 떠나간 사랑을 잡고 있는 한 남자가 불행의 중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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