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녀가 이십몇 년간 다르게 살았던 그간의 삶의 양태를 버리고 함께 살게 되기까지, 그 안에는 서로의 삶을 조율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개화기 우리나라는 서구 사람들에 의해 비문명인, 아니 미개인으로 치부되었고 우리는 그들의 문화가 선진문화라 하여 여과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런 문명을 교양의 척도로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요즘에 들어서야 우리의 문화를 돌아보는 운동이 생겨났고 그래서 '문화상대주의'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인류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하고 각 민족 또는 부족마다 다른 생활상을 엿봄으로써 우리의 것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함도 있었다. 텍스트로 이 책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와 '침대밑의 인류학자'를 접했다. 이 책은 사실 현장조사의 보고서와 같다. 그래서 각 부족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좀 지루하고 쓸데없이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편소설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가 아닌 타민족의 생활상을 알아본다는 정보습득의 차원에서 읽어보면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