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들은 협박 같은 알람 시계의 기계음과 더불어 아침을 맞이한다. 비몽사몽 샤워기 앞에서 잠을 깨고, 허기 품은 배를 움켜쥐며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누군가를 비판하며 나 자신을 보호하고, 누군가를 위로하며 정작 나 자신을 안심시키는 편협함으로 무장한 채 각자의 전쟁터로 향한다.
반나절동안 너덜너덜해진 그들의 몸과 마음은 친구, 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한 끼와 커피 한 잔으로는 완벽하게 재충전될 수 없다. 마치 점차 수명을 다해가는 배터리처럼.
그렇게 매일 조금씩 소진되는 에너지. 누군가 불쑥 나타나 귀에 대고 ...라고 속삭인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삶.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지긋지긋한 빚보증 단어가 연달아 튀어나오는 부모님의 말다툼, 신랑신부 이름에 한때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남자와 친구였던 여자의 이름이 새겨진 채 뻔뻔히 우편함에 꽂혀있던 청첩장, 쥐꼬리만한 월급을 금괴라도 되듯 하사하며 노예처럼 부려먹던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