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라 한 것은 부모나 존장을 잘 섬긴다는 점 외에도 관혼상제 등의 의식, 예컨대 상례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초종범절의 여러 행사와 3년간 복을 입고, 제청을 차리고, 조석으로 상식하고, 삭망전을 베풀고, 시묘하고, 소대상을 치르는 등 수백 가지 의식이나 형식 면에 철저하다는 뜻에서 한 말이지 서로 관계가 없거나 모르는 사이에서는 본시부터 예의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택시에서 내릴때 손님도 기사에게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이 없고 운전사도 손님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차 안에서 무슨 불쾌한 일이 있었던 것처럼 서먹서먹하다.
이런 일을 외국에서 본 사람이 있는가?
어떤 이는 기사가 고맙다는 인사도 없는데 나 혼자 수고했다고 인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기사가 인사를 차리지 못했어도 나는 인사를 차렸어야 내가 그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또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결례를 반성케 하는 계기가 되겠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결국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길게 줄을 섰는데 그 중간을 뚫고 건너가며 "실례합니다’라든가 "미안합니다’라든가 말 한마디가 없다.

시장에서 물건을 매매할 때 판 사람도 고맙다는 말이 없고 산사람도 이무 말없이 무뚝뚝하게 떠난다.
흥정을 하느라고 실랑이도 벌였겠지만 그래도 사고팔았으면 어느 쪽에서든 미안하다고 하거나 고맙다고 하거나,
판 사람이 "잘 가시오" 하든가 산사람이 "재수 보시오" 하든가 간에 서로가 기분 좋게 웃는낯으로 헤어져야지 물건 매매 싸움이 겨우 끝났다는 듯 시무룩하게 헤어지고 보면 어색하지 않은가.

착한 청년이 버스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고맙네" 라는 한마디를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앉는다.

분명 벙어리는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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