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들, 로비스트들, 다국적 투기 자본이 지구촌의 갈 길을 정하는 최고 결정권자가 되었다.
그게 ‘세계화‘다.
신자유주의의 독단은 전통적인 정치학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렸다.
의회 정치인들은 무력해졌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뿐이다.
미디어도 똑같이 공허하고 텅 빈 언어를 이어받았다. 유럽, 국제적 연대, 독립 같은 용어는
쓸모없고, 내용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국제적인 뉴스를 전할 때 약어들을 남발하는 것 역시, 이 내용 없음을 향한 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눈앞에 닥친 다음 차례의 습득들뿐이다. 다음 거래, 다음 융자,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다음 구매.
역사에 대한 어떤 감각, 과거와 미래를 잇는 그 감각은 완전히 말살되었거나 있더라도 주변화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일종의 역사적 외로움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프랑스어에는길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S.D. F Sans Domicile Fixe ( 일정한주거지가 없는 이라는 뜻 옮긴이)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는역사적 S.D.F가 될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압박 아래 살고 있다. 죽은 자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를 받아들이는 인정된 의식이 이제 더이상 없다.
매일매일의 삶은 있지만 그걸 둘러싸고 있는 건 공백이고, 그 공백 안에서 수백만 명의 우리는 오늘 홀로 있다. 그리고 그런 고독은 죽음을 벗 삼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