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직원을 등 떠밀어 돌려보낸 재규 씨는 모처럼 환한 얼굴이 되어 파라솔로 돌아왔다.

"제미, 접신지 뭔지 밤낮으루 테레비 헐 때버텀 알아봤어야 혀. 사램이 견물생심이라구 꼭 밥 먹을 때맞추어 알이 통통한 게장을 찢어서 입으루 빨아대니, 어디 회가 동혀서 안사 먹구 배길 재간이 있나. 팔다리가 왼통 쑤셔 둬척거릴 때믄 여수 겉은 예펜네가 나와서 온몸을 낙신낙신 두들기는 안마기를 내놓구 여수 해골을 갈아대니 안사구 배기겄냐 말여."

"지당허신 말씸여유. 소득이 일만 불이든 죄다 일만 불인 줄 아는지, 도시것이나 촌것이나 테레비 앞에 앉아서 왼종일 전화루 홈쇼핑 질이니 나라가 안 망허겄시유? 다리두 멀쩡허겄다 쬐르르 달려나오든 멫 발안 가 슈퍼가 있는디두, 간스메 한통 사는 것두 전화루 지랄덜을 떠니 나라가 안 망허구 배기겼냐 이 말씸여유."

온종일 파리채만 휘두르는 것이 죄다 홈쇼핑 방송 탓으로 여기는 영종이 모처럼 속내를 드러내고 발길이 뜸한 동네사람들을 성토했다.

영종과 입을 맞추며 흉을 보던 재규 씨는 파라솔을 왈칵 젖히며 돌연 나타난 마누라 때문에 끝을 맺지 못했다.

"워째 냄이 주문헌 물건은 죄 멤대루 돌려보내구 야단이랴?"

"흥. 주문 좋어허네."

"그려. 아츰부텀 양산 밑으 기들어가 뻘게츠럼 술이나 빠는 건 아깝지 않구, 평생 구멍난 속옷만 입든 마누래가 모처럼 큰멤 먹구 빤쓰 멫 장사는 건 아까워서 보초를 슨다?"

- 이시백, ‘땅두더지‘,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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