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사람들
헨리 제임스 지음, 김윤하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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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려서 오늘에야 받았습니다.
기대하며 읽어볼게요~
책이 정말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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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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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몇 년 전에 장편소설과 단편집, 두 권을 읽었는데 그의 소설을 또 찾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그의 에세이를 읽는 중에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참 기분 좋게 읽었는데, 그의 진솔한 마음과 성실함, 사고방식 같은 것에 호감이 갔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의 작품들을 진실하게 마주하고 싶어서 그의 소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한창 인기 있는 신간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주문해서 읽었다. 그때 나는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를 막 읽고 난 뒤라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 책에서 사람보다 더 사람 다운-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휴머노이드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서 였는지 뭔가 '의식의 흐름' 같은 것에 초점을 두고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으로 못 할 일은 하나도 없다. 현실에서야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각 속에서는 끝없이 광활한 세상을 펼칠 수 있다. 주인공인 '나'는 젊은 시절 열일곱 살의 현실에서 한 살 아래의 한 소녀를 사랑한다. 그 소녀는 자신은 자신의 실체가 아니며 진짜 자기 자신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 어느 날 느닷없이 사라진 소녀를 기약 없이 기다리던 '나'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그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그 도시에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반드시 떼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분리된 그림자는 서서히 죽게 된다-그림자는 또 다른 나의 실체와 같다. 자신의 의지로 그 도시에 들어가게 된 '나'는 도서관으로 찾아가 그토록 기다리던 열 여섯 살의 소녀를 만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사십 대의 중년 남자가 되어 있다. 소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도서관에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오래된 꿈들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알 속에 갇혀있을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꿈을 읽는 일을 한다. 꿈을 읽는 일은 마치 하나하나 발굴해내야 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기껏해야 하루에 두세 개 정도의 꿈을 읽는다. 소녀는 '나'를 위해 약초를 우려 차를 내려주고 항상 따뜻하게 난롯불을 지펴 놓는다. 

 

 '나'의 그림자는 하루하루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는 '나'와 다시 합체가 되길 원한다. 그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죽게 놔둘 수 없어 일단 그림자와 다시 합치게 되고, 그림자를 벽 밖의 세계로 내보낸다. 자신은 도시에 남기로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있다. '나'는 지금까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 일념으로 시골의 작은 도서관에 관장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이전의 관장인 고야스씨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일에 관한 세세한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고야스씨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도서관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와 직원인 소에다씨에게만 가끔씩 나타나 조언해주고 도와준다.(이렇게 인자한 유령이라니....) 그러나 그도 영원히 이 세계에 있을 수는 없었다. 

 

 도서관에는 거의 매일 와서 책을 읽는 소년이 있다.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옐로우서브마린의 그림이 있는 겨울 파카를 매번 입고 온다. 그 소년은 '나'에게 도시의 지도를 그려주었고, 자신은 그곳에 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나'도 그곳에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소년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나'는 다시 그 도시에 와 있다. 사라진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나'와 자신이 하나가 되어야 자기가 이 도시에서 들키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소년과 하나가 되어 다시 도시의 도서관으로 가서 꿈을 읽는다. 내가 사랑했던 열여섯의 소녀는 여전히 난로에 불을 지피고 약초차를 끓여준다. '나'는 꿈을 읽기 시작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있는 옐로우서브마린 소년이 꿈을 읽는다. 예전에는 하루에 세 개의 꿈을 읽는 것도 힘들던 '내'가 이제는 일곱 개까지도 거뜬히 읽을 수 있다. 소년은 '내' 안에서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꿈 읽기를 잘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이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 소년이 '나'에게 현실 세계로 가는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도시 밖에 있는 '나'의 존재를 확고하게 믿고 돌아가기를 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새 다시 도서관장으로 살 수 있는 세상에 와 있다. '나'와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나기 시작한 도서관 근처 카페의 여주인과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의지를 갖고 행동을 하는 것은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다. 마치 긴 꿈을 꾼 것과도 같은 이 이야기에서 나는 나의 그림자와 또 다른 나인 옐로우서브마린 소년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실체들은 이제까지 내 삶에서 어떻게 공존해왔을까? 내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인가? 나의 의식은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고, 내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것일까? 또 다른 세계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가장 있고 싶은 나의 도서관은 어디일까?.... 이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톺아보아야겠다. 내가 믿고 원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한 나를 만날 수 있다. 


 하루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이라고 한다. 나도 그나마 읽은 책들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하기에 왠지 친근함 같은 걸 느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핏제럴드)와 기나긴 이별(레이먼드 챈들러)을 나머지 두 권으로 꼽았는데, 챈들러의 소설을 최소 열 두 번을 읽었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관심도 없던 하드보일드 소설을 사고야 말았다. 그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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