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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뇌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렸을 적 필독도서로 많이 읽을 법 했을 그 고전들의 제목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 학년때 쯤 인가.
도서관보다 동네 책 대여점에서 '돈내고 빌려보는 책'의 묘미를 깨달았을 때였다.
파스칼의 [팡세] 라는 책을 빌렸었다.
대여점 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 지더니
"너가 보는거니 ?" 라고 물었었다.
"네 ~"
사학년 의 안목으로 보았을 때 그 책에는 무한한 멋진 글귀들이 가득 한 듯했다.
그러나 그 책의 깊이와 깨달음은 사학년의 뇌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년이 지나고 오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미술과 문학에 정통한 철학소녀를 만났다.
그 친구는 나에게 무슨 영감이라도 발견한것 처럼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매일아침 내 학교책상 서랍에는 편지 한통이 놓여있었다.
그 편지에는 항상 드로잉된 그림이 들어가있었고 유명한 철학가들의 사색이 담긴 문구들이 담겨있었다.
그 때에 나는 기 유니크한 친구를 통해 철학의 세계에 입문했던 것 같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 심취되어 그친구와 나와의 관계를 데미안과 싱글레어의 관계 처럼 여기기 시작했으며 우리의 철학적 사색이 담긴 펜팔을 고귀한 교감의 행위로서 간주했다.
오 ,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갑자기 그 친구가 무지 그리워 진다.
지금의 나의 뇌의 상태보다 더 깊이가 있었던 뇌를 가진 특별했던 오학년 소녀!
학급 친구들한테 은근한 따돌림을 받았던 그 친구 였지만 나는 그 친구가 정말 고귀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잘못된 세상의 논리에 빠져 중학생이 되면서 그 친구를 멀리하고 아는 척도 하지 않게 되었다. 같은 중학교에서 매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나의 무지함과 얕은 생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창피하다.
그리고 세월을 넘겨 고등학교 이학년이 되었는데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자신들의 꿈을 쪽지에 써서 제출하라고 했다.
그 시절 내꿈은 .. 철학자 였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철학가를 나왔다는 이유에서 였다.
뿐만아니라 윤리와 사회영역은 대략 일등쯤 이었다.
윤리 과목은 전교석차 1,2 등을 석권하였다.
수업시간에 듣는대로 필사하며 심지어 수업내용을 워크맨으로 녹음해서 집에가서 반복청취를 해서 들었다.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일등을 놓칠 수 있겠는가.
아 .. 어쨌거나 내꿈은 '철학자'라고 써서 냈다.
그때 영어과 담당이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화를 내더니 ...
"철학자 라고 쓴 사람 누구야?" 라고 하는게 아닌가.
무슨영문일까 .. 손을 들었다.
그러더니 나에게하는 말씀이
"전미혜 ~ 장난 할래?"
이러는게 아닌가.
철학자 가 장난인가 ...난 진심 되고 싶은 건데 ..
그날 이후 나는 장난꾸러기 지각쟁이 정도가 되어 버린듯했다. ( 워낙 지각을 자주해서 그전 별명은 지각쟁이 였다. )
아무튼 이런저런 학창시절들을 돌이켜 보니 내가 철학과 무관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 깨달아진다. 그러나 그 초등학교 오학년때 만났던 철학소녀와 지속적인 관계를 갖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랬더라면 철학 고전을 많이 섭렵했었을 텐데 ..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리딩리드를 읽으면서 뇌가 다시 꿈틀꿈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제 부터 진정한 고전 읽기의 시작이다.
삼일만에 이책을 떼고 이제 뇌에 파워버튼을 켜본다.
바탕화면에는 두개의 폴더가 놓여져있다.
-이이의 [성학집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뇌에 혁명을 일으킨 후, 이 모든것이 사랑과 지식 나눔의 교육현장에서 쓰여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사명을 갖고 읽어야 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