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책의 제목 때문에 일단 시선이 끌린다.
이 책의 페이지를 몇 장만 읽다보면, 책의 제목이 책 내용과 포인트를 잘 못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을 반쯤 읽으면, 제목이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지극히 건조함을 확신하게 된다.
어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구성이나 편집 방식 등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요 근래 발간된 어린이 그림책 안도현의 <관계> 역시 예전에 어른을 위한 동화책으로 출간되었을 땐 거의 반응이 없었지만, 그림책으로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춤으로써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이 주는 어감이 순수하고 밝은 책의 내용을 갉아 먹는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순진한 아이들과 유쾌하고 솔직한 젊은 선생님의 좌충우돌 생활담이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뭔가 선생님의 속내를 들여다보려는 불순한(?) 엄마의 의도가 있는 듯한 제목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을 훔쳐보는 선생님의 일기'정도로 했으면,
젊은 담임 선생님이 좁은 교실에서 반 아이들과 부대끼며 그들이 쓴 일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어가는가를 독자들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순수한 일기가 비밀을 숨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선생님의 일기 역시 '나도 그냥 그런 사람이야'라고 숨기지 않음으로써 더 정겹다.
또한 여기에서 부모(특히 엄마)들의 관심과 공동의 이야기 마당을 자연스럽게 마련해 준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구성 또한 내용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먼저 일기 제목과 관련되는 아이들의 일기를 날짜와 상관없이 한 두 편 정도 골라 먼저 싣는다.
그리고는 그 일기와 연관지어 선생님의 소탈하고 꾸밈없는 유쾌한 생각들이 그때 그때의 상황과 관련해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재미있게 이어진다.
최고의 Tip은 그 뒤에 코믹한 만화 캐릭터의 선생님이 글자색을 달리해서는,,,
짤막하게 한 두 줄로 아이들에 대한 단상을 압축된 의미로 표현하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는 것!!! ^^
아이들만큼이나 밝게 툭 터놓은 선생님의 일기와 만화 일러스트를 보는 순간,
엄마들이 무거운 분위기로 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교실을 샅샅이 들여다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선생님을 무거운 분위기로 바라보는 우리 부모들의 꼬인 시선에서 눈꼬리에 힘을 슬쩍 빼게 만드는 유쾌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 아이 역시 여기에 소개된 아이들처럼 초2학년이라 그런지,
일기 내용들이 내 딸아이의 일기 같고,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드러난 부분은 아이의 일기에 항상 재밌게 꼬리글 달아 관심을 보내주시는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 같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리 교육이, 사제지간이, 아이들의 성장속도와 관심영역이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이런 작은 부분에서 감지된다고나 할까? ㅎㅎㅎ
선생님의 깊은 철학이나 교사로서의 어떤 고뇌 등을 담고 있진 않지만,
마음이 건강한 신세대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을 나누고,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자율적으로 다루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에 아이들이 신나게 학교를 오갈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사실 난 그냥 그런 사람인데.
난 그냥 남들처럼 사는 사람인데.
아주 성실하지도 않고 아주 바르지도 않은 그냥 그런 사람인데.
한없이 솔직했다가는 실망만 안겨 줄 그런 사람인데.......
하지만,
그래도 난,
너희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있는데.......-
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모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드러나는 일기라,
선생님의 시원한 기운이 기분좋게 전해져 온다.
'일기'라는 형식을 빌어,
교육서답지 않은 근엄함을 쏙 빼고,가볍고 쉽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