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빡이면 어때 쪽빛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어릴 때 꼭 한 번쯤은 아이의 머리를 집에서 자기 손으로 깎아줘 보고 싶다.

미용사처럼 세련되게 깎을 순 없지만,

아니,,,삐뚤빼뚤하거나 일자로 자르게 되기가 십중팔구겠지만 내 아이니까 과감하고 용감하게 시도해 본다. ㅎㅎㅎ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웃으며 물어도 즐겁고,

아이가 사람들의 웃는 소리에 삐져서 토라지는 모습도 깎은 머리와 너무나 잘 어울려 그저 이쁘기만 하다.

 

내 어린시절, 마당에 있는 큰 감나무 아래서 무슨 거사를 치르는 전사들 마냥

어깨에 보자기를 두른 채 언니와 번갈아가며 가위를 든 당당한 엄마에게 우리의 머리를 온전히 맡겼었고,,,

엄마가 된 지금, 엄마가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나 역시 가위를 들고 내 딸과 아들의 이마를 빗으로 고르며 데코의 엄마가 된다.

물론 큰 감나무 대신 화장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해야 하니,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시원한 바람에 날려서 뒹구는 감나무 잎사귀에 살포시 앉는 운치를 아이들이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ㅎㅎ

 

한데 이런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일곱 살 유치원생인 여자 아이 데코는 눈썹 위로 싹뚝 올라간 앞머리가 영~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나들이도  시큰둥하고,

사람들이 마빡이처럼 귀엽다며 건네는 인사도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뾰로통해진다.

게다가 개구쟁이 오빠는 이마를 감추어 주겠다더니, 펜으로 이마에 눈하고 눈썹을 하나씩 더 생기게 그리고는 키득거리기나 하고.에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우는 데코의 상처난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든든한 힘이 바로 '가족'임을 실감하게 된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언니, 오빠.

데코네 집 구성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쁜 요즘 사회에선 흔치 않은 대가족이요, 화목한 가정이다.

그런데도 엄마의 장난과 사랑어린 행동이 어린 데코에겐 작은 마음의 상처가 된다.

가족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설정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도록 작가는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가족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을 가족 덕분에 극복하는 해법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먼저 마음을 나누고, 어떤 상처도 아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족임을 천천히 깨닫게 한다.

특히 마빡이 데코 언니의 속깊은 주문은 다른 아이들까지도 마빡이가 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림 속에 드러난 가족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얼마나 개성있게 잘 그려졌는지,

그림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오랜만에 앞머리 자를 때가 거의 다 된 우리 딸을 슬슬 꼬셔서,

정말 마지막으로 엄마의 가위질 솜씨를 한번 뽐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히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