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3번 시다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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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전태일 50주기라고 한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전태일 이후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지금도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태일과 함께 바보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재단사 정군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미싱사들, 시다들이 등장한다. 그 중 3번시다가 된 이강순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의 학비를 대고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 취직한 13살 이강순. 공장에는 이런 비슷한 처지의 어린 여자들이 모여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공장에서 이들은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정군(재단보조), 3번 미싱사, 3번 시다 이렇게 불린다.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만 하느라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이름조차 모른다.

이 책은 어린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과 어려움을 13살 어린이의 시선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먼지가 풀풀 나는 숨막히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무릎도 펴지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아파도 성희롱을 당해도 꾹 참아야 하는 현실. 강순이네 공장이 정전될 때마다 촛불을 켜고 잠시 쉴 수 있었던 따뜻한 순간들이 기억난다.

이에 더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도 보여주고 있는데, 버스 요금, 영화 요금을 학생증이 있어야 할인해 주는 것도, 무시하듯 대하는 주변 시선도 강순이를 힘들게 했던 일들 중 하나이다.

여자로 살며 겪은 슬픈 현실들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을 하며 강순이를 공장으로 보내던 일이나 아들을 못나 서운이라고 이름을 지은 3번 미싱사 언니 이야기도 슬프다 못해 화가 나는 일이었다.

책의 15장 제목은 11월 13일. 그 날 전태일이 분신하는 일이 일어났어도 강순이와 강순이 친구 미숙이는 안타깝게도 그게 누구인지, 왜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놀랐던 것처럼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이 곳에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이 생기고 강순이는 여기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의 옳고 그름을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아마도 전태일 이후 이어졌던 수많은 여성 노동운동가들 중 하나가 된 것은 아닐까.

책이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책 뒤에 전태일 관련 역사 정보가 담겨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넣지 않은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문학작품이라 그 시대 상황이 더 궁금한 아이들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 전태일평전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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