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열정의 노예가 된 인간은 아무리 나이가 들었더라도 완전히 눈이 멀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도 희망을 품는 법이다. 그뿐이랴? 아무리지혜로운 자라도 이성을 잃으면 어리석은 아이처럼 유치하게행동하게 마련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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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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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빨갱이 새끼들은 다 때려죽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렀고, 아직도 휴전 중인 데다 남북의 이데올로기가 다르니 의견의 합치를 보기는 진작에 글러먹은 일, 게다가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질 만한 주제도 아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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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모든 것은 시작에불과할 뿐,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가되면 모든 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나이로 볼때 예판친 장군은 물이 한참 오른 시기였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쉰여섯이라는 나이는 어디로 보더라도 최고의 전성기였다.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연령이 아닌가. 건강, 안색, 시커멓지만 단단한 치아, 딱 벌어진 체격, 아침 출근 시의 사려 깊은 표정, 저녁 카드 판에서나 상관 집에서의 쾌활함, 이모든 조건이 그의 현재와 미래의 성공을 촉진시켜 주고, 성공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인생을 장미꽃으로 깔아 주었다.
장군은 만개하는 꽃과 같은 가족을 거느리고 있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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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저씨, 잘 들어봐.
가진 거 다 보여 주지 말고
아는 거 다 말하지 말고
있는 거 다 빌려 주지 말고
걷느니 말 타고 다니고
듣는 거 다 믿지 말고
단판에 승부를 걸지 말고
술과 계집 버리고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
스물 내고 이십보다더 많이 남길 거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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