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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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누구든지 생각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어떤 때에는 그 생각이 걱정일 수 도 있고 또는 기쁨, 즐거웠던 일에 대한 회상일 수 도 있다. 매일 이런 저런 걱정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어느 책에서 ‘책이라는 것은 남의 회로를 넘나들고 훔쳐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이강엽교수의 회로를 넘나들면서 그의 생각을 훔쳐 볼 수 있다.

고 전이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을 "칭찬을 늘어놓으면서도 막상 읽지 않은 책"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듯 누구나 읽고 싶어 하면서도 읽기 힘든 이런 고전을 (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 이야기를) 저자는 간결하게 이야기하면서 그 이야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총53가지의 이야기를 크게 8개로 묶어서 풀어나가고 있어서 쭉 한꺼번에 읽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버스 출 퇴근시에 잠깐씩 시간을 내어서 읽기에 편한 책이다.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토별가≫ 였다.

 『수궁의 어족 회의에서는 토끼를 누가 잡아 오느냐 하는 문제로 격론을 벌였는데, 문신과 무신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일 뿐 선뜻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 중략 ... 그리고 길을 나선 별주부가 처음 목격한 광경이 우연찮게도 바로 모족 회의였다. 산 속의 모족 회의에서 산군(山君)호랑이를 중심으로 길짐승들이 모여 인간의 횡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고 있었다. 건전한 취지로 열린 회의였지만 역시 생산적인 논의 결과는 없었다. ... 중략 ... 본래의 안건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헐뜯고 못살게 굴다가 끝나는 꼴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광경이다. 』 p.62~63

 어느 시대이건 이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가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새로운 정권으로 이런 모습보다는 더 나은 정치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다른 인상 깊은 이야기는 책의 겉표지에도 잠깐 나온 ‘슬프다, 황호랑이’ 이다. 어느 산골에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황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호랑이가 되는 책을 주워서 밤마다 나가게 되고 부인이 수상하게 여겨서 따라 나갔다가 그 모습을 발견하곤 책을 불태워 버렸다. 호랑이가 된 황 씨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 호랑이를 황호랑이라고 부르게 된다.

 『무엇보다 아내들은 남편이 황 씨처럼 생계를 위해 집밖을 맴돌거나 설령 그렇지 않은 남편이라도 새벽녘 집에 들어올 때의 그 밤이슬만큼은 못마땅하게 여기지 말 일이다. ... 중략 ... 수컷이란 본디 제 영역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강한데 그걸 꺾어 놓으면 힘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p.100~101

 이 부분은 이 책을 읽은 부인들이 들고 일어날만한 글이 아닌가 싶다. 책에 의하면 황호랑이가 어리석은 듯 보이는데 말이다. 처음부터 부인과 상의했더라면 호랑이로 남을 일은 없었을 것인데, 괜한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결혼을 하지 않은 본인도 좀 안 좋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이려니 하고 읽어 내려갔다.

 전체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고전을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책을 덮어두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또다시 펴서 읽게 만든 책이다. 뭐 물론 내 생각과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차이점 때문에 그렇구나 하면서 읽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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