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달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동안 체중조절을 위해서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하루에 한시간 반 정도 달렸는데 요즘은 하지 않지만 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히 남아 있다. 처음에는 살살 걸으면서 달려야지 했는데 그 달린다는 것이 중독성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달리면 달릴수록 조금만 더 조금만 더..이렇게 달리게 되는 것이다. 주변에 가끔 있는 마라톤대회를 나가는 사람이 별로 이해가 안갔는데 달려본 결과 나도 언젠가는 꼭 마라톤을 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점차 들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했을때 그때의 기분을 상기하면서 읽어서 그런지 너무 그 심정들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은 도쿄-하코네 역전 경주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열명으로 나눠서 구간을 각자 맡아서 달리는 이 경주는 이틀동안 치뤄진다. 새해에 하는 만큼 의미있는 경주이기도 하다. 기요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유성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빵을 훔쳐 달아나는 가케루를 만나게 된다. 유성을 본 것이다. 그리고 가케루에게 가서 묻는다 "달리는 걸 좋아하나?" 그렇게 시작한 둘의 만남은 지쿠세이소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눈과 같은 사람 유키(일본어로 '눈'), 골초인 니코짱, 쌍둥이 조타로 조지로, 퀴즈 프로를 좋아하는 킹, 외국인 유학생 무사, 만화책 광인 왕자, 산골오지에 살아온 신동, 그리고 기요세 하이지, 구라하라 가케루 이 열명은 지쿠세이소에 산다. 기요세가 그렇게 원하던 열명이 모였다. 하코네 경주에 출마하자고 말한다. 어이없어 하면서도 모두 그 뜻을 따르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이야기를 채운다.

『 "장거리 선수에게 있어 가장 큰 찬사가 뭔지 아냐?"

 "'빠르다' 입니까?"

 "아냐, '강하다'란다. 스피드만으로는 장거리를 겨룰 수 없다...장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강인함이다. 우리는 '강하다'고 불리는 걸 명예로 삼으며 매일 매일 달리는 거다."』1권225페이지


달린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달리면 달릴 수록 그들은 모두 달리기가 좋아지고 그것에 빠져들게 된다. 이 사람들에 파뭍혀 살고싶다. 서로를 의지하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진정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무언가를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하코네경주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열명이지만 모두 출전해야만 한다. 한명의 낙오자도 있어서는 안된다. 한사람 한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소설속에서 일깨워주며 삶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을 주었다.

 『한번 매혹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좋고 싫은 것도, 득실도 초월하여 단지 끌려들어간다. 행선지도 알지 못한 채 깜깜한 어둠에 집어삼켜지는 별들처럼, 힘들어도, 괴로워도,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어도 달리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1권279페이지

 기요세는 무릅부상이 있은 후 육상을 접었다가 다시 꿈을 펼치고 싶어했고 모두를 이끄는 훌륭한 지도자로 탄생한다. 달릴 수 없게 되고 나서 처음으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부터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이란 하나의 마라톤이다. 우리는 삶을 달리는 것이다. 멈추어서는 안된다. 달릴 수 있을때 달려야 한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하여 삶을 달려야한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정해진 구간이 있다는 것을 마라톤을 통해서 보여준다.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이야기들로 난무해서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그렇게 내 마음을 젹셔주는 것이다.

 미우라 시온의 소설은 처음 접하지만 간혹등장하는 재치있는 문장과 이야기, 이것이 진정 삶이구나 하는 것을 독자에게 확실히 전달해주는 문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도 꼭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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