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년여 기간 동안 일본 각지를 순례하며 6차례 연재 형식으로 기획한 기행에세이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라고 한다. 사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문체로 보았을때 떠오르는 작가의 이미지는 의사'이라부 이치로'이다. 거의 작가와 이라부를 동일시하며 책을 읽었고 성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 책을 읽음으로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아니 성격이 완전히 상상했던 그것과는 멀었던 것이다. 스스로도 체면을 중시한다고 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며 혼자서는 절대 식당을 기웃거리지 않으며 낮선이들과 대화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읽을때는 어색하고 낮설었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니 의사 이라부 이치로같은 '오쿠다 히데오'가 아닌 작가'오쿠다 히데오'로 이미지를 넘겨 받았고 그 캐릭터 마져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작품을 들이밀며 독자와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권 사이에 작가와 '나'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썩은 정신으로 써서는는 도저히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한권의 책에서 실제의 모습을 다 볼 수는 없지만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결론은 '좋은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구 도시를 차례로 도는데 음식에 대한 정보를 많이 남겨주기 때문에 일본음식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특히 음식은)를 머릿속에 그린다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차라리 그림이라도 첨부되어 있다면 금상첨화 였을텐데 말이다. 일본에 갔을때 가장먼저 우동이 떠올랐다 그래서 정통우동을 먹어보자는 생각에 우동을 시켰다. 장어우동..그런데 우동에 국물이 안나온것이다. 그래서 속으로 '참 저 아저씨 내가 말 안된다고 무시하네..'하며 옆을 돌아보니 몇 명이 간장에 적셔서 우동을 먹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먹어봤다. 국물없는우동..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아!카마아케 우동(간을 하지 않고 데쳐 나온 우동 면을 소스에 찍어먹는 우동)이라는 것을 알아서 웃음이 나왔다. 미야키현의 시오가마에서의 에피소드도 또한 재미있었다. 어느 스낵바에서의 호스티스가 책을 좋아한다고 하자 '오'자로 시작하는 작가를 아는지 물었더니 "오오사와 아리마사. 아, 좋아해요"라고 대답했다. 어느 여름밤의 이름없는 작가가 되어버린 에피소드. 오쿠다 히데오는 분명 상처 받았을 것이다. 하핫 부산에도 방문해서 비빔밥을 먹고 때를 밀었던 에피소드도 나온다. 사슴은 좀 더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쭈욱 사슴과 놀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올 뿐이다. 조금이라도 오쿠다 히데오 작가에게 관심이 있어서 성격을 알고 싶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