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3 1호 - 2017년 1호, 창간호
문학3 기획위원회 지음 / 창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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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은 창작과비평사의 새 문학잡지이고 이번이 창간호다.
격월간 문학지 <Axt>가 잘 팔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길래 이참에 주문해서 같이 읽었다. 
앞으로도 계속 볼 책을 둘 중의 하나만 고르라면....난 <문학3>을 택하겠다.

<문학3>의 장점은 (적당한 줄간격이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점 외에)
1) 목차가 단순하고(참여적 평론, 소설, 시, 현장 수필)
2) 수록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흡족하며
3) '문학 전문가' 아닌 독자들이 전면에 등장해 나같은 '비전문 문학애호가'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

특히 3번이 특이했다. 시인과 소설가 각 5인의 작품 말미에 역시 4-5명의 독자를 초대해 일종의 편안한 좌담회를 열어 녹취록을 실었다. 평범한 학생부터 영화감독, 인디 가수까지 참석 인원의 구성이 다양하다. '전문가'들의 지나치게 격조 높은 시선+뭔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복잡한 문어체...로 꼬인 문학평론 10편보다 나로서는 독자들의 솔직한 간담회가 더 재미있게 읽혔다.
작가와 독자의 1:n 만남의 기록도 앞으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독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에 작가가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 궁금하다.

수록작들의 수준이 만족할 만하다는 점도 꼭 말해두고 싶다. 성석제와 윤이형의 짧은 소설, 김현의 시는 산뜻하고 신선하고 가슴 절절했다.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읽을 수 있다면 <문학3>, 좋은 문예지로 사랑받을 수 있으리.

책 중간에 실린 사진들도 나는 좋았다.
촛불과 광화문의 사진들. 이런 시국 이런 시대에 발표되는 시와 소설이라는 의미가 좀더 다가왔으므로.

'문학3'이라는 제호는 '문학-삶'의 다른 표현.
삶을 담은 문학, 생활의 현장과 교차되는 문학을 지향하는 이 문예지가 섬세한 조타로 물길을 잘 타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예지 발행 외에도 '문학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실험'을 기획한다고 하는데(책 속의 홍보 문구에 따르면) 어떤 실험일지? 부디 재밌는 일들이 일어나기를.

대체 왜 문학이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만 냠냠쩝쩝 나눠먹는 배타적 새참이어야 하는가? 독자들도 같이 나눠먹고 싶다. 이 맛있는 걸 말야. 여러 독자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던지고 문학이 재밌어서 생활도 재밌어지는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좋겠다.
...가능할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대통령 변호인의 ‘여자로서의 사생활‘ 발언을 비판하고 있을 때, 우리가 핑크색 립스틱과 피부미용과 꽃무늬 원피스를 포기한 지 대체 몇 년이나 되었는지 떠올리다가,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입을 다무는 사람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다루는 뉴스를 보며, ‘그래도 저 사람들은 하루에 열두시간만 근무하면 끝이구나‘ ‘점심시간이 한시간이나 있네. 앉아서 밥을 먹을 수는 있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곧바로 부끄러움과자기혐오에 빠져본 사람들이다. 혼자 노래방에 가서 두시간 동안 악을 쓰고, 아이를 때리지 않으려고 부엌 휴지통을 찌그러뜨리고, 신경정신과 상담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고, 증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일기를 쓰고 과일청을 만들다가 시계를 보고 쫓기듯 자러 가는 사람들, 방 안에서만 서성거리는 사랑스러운 지식인들이다. (...) ‘우리의 적은 반찬이다, 빨래다‘라고 하면 웃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그것들 때문에 우리가 종종 현실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긴다.
- 윤이형. <작은마음동호회> 중에서 (<문학3> 1호.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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