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어디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곳에 들어와 있었다.

 

낯설었다.

 

모든 것들이.

 

전부 다.

 

잠시 집에서 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든 사이에 납치라도 당한 걸까 싶어

 

매우 당혹스러웠다.

 

대체 누가 날, 왜 이런 곳으로 데려왔는지

 

알 길이 없어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써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어디선가 끌려온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릿수를 세어보았다.

 

여섯 명이었다.

 

물론 나까지 포함해서.

 

나는 힐끔힐끔 그들을 곁눈질하다가,

 

불안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내 딴에는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끼리

 

서로 말을 튼 다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나서

좀 더 나아가 이 이상한 곳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를

 

의논해보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걸어도

 

그들은 말문이 막힌 듯 하나같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몇 차례에 걸쳐서

 

다시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무기력한 태도에,

 

나는 왠지 모를 조바심과 함께 짜증이 났다.

 

-이봐, 말을 걸면 좀 대답을 해 달라구.

다들 벙어리야? 에이, 답답해 죽겠네.

 

내가 짜증스레 말을 툭 뱉자, 그제야 그들 중

 

가장 힘이 세 보이는 덩치 큰 친구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좀 조용히 해줄래?

여기가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렇게 떠드는 거야?

 

나는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딘지 모르니까, 이러는 거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끼리,

서로 말이나 트고 좀 더 나아가서

의논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야.

 

그 녀석은 내 말에 조금 흥미를 느꼈는지,

 

방금 전 보다는 약간 풀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 그러냐. 의논해보고 싶은 게 대체 뭔데?

 

-뭐긴 뭐야, 여기서 탈출할 방법이지!

우리 여섯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면

여기서 나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거라구.

 

-흐음......여기서 나가는 방법이라......

 

내 말을 들은 그 덩치 큰 친구는

 

가만히 인상을 쓰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네 명을 힐끔 보더니,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하, ,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여기서 나갈 방법을 의논해 보자고?

우리가 의논한다고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 같냐?

니 생각에는?

 

나는 미처 예상치 못한 그의 태도에

 

순간 벙쪘다.

 

-뭐야, 그게 비웃을 일이야?

 

나의 볼멘소리에, 그 덩치 옆에 가만히 엎드려 있던 녀석이

 

힘이 쭉 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여기서 나가는 건, 무리야, 무리.......

 

녀석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덧붙여 말했다.

 

-......나갈 수도 있겠지....... 원래, 우리가....... 여기로 오기 전에

먼저 온....... 녀석들은......., 여기서...... 나갔거든.

근데, 소름끼치는 건....... 여기서 나간 녀석들은 자신의 힘으로

나간 게 아니라, 어떤, .......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물건에 잡혀서 밖으로 끌려 나갔다는 거야.......

 

 

 

 

그의 이상한 말에, 나는 이게 뭔 헛소린가 싶어

 

다시 그에게 그게 대체 뭐냐고 물어보았다.

 

-하아.......그게 뭐냐고.......? 그건 나도, 우리도 몰라.

다만, 그 괴이한 물건은 우리 머리 위의 천장을 뚫고 나와서는,

먼저 와 있던 녀석들을 하나 둘씩 잡아서 끌고 나갔다.

우리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하아아아아........

 

그의 힘 빠지는 말을 듣고 있자니

 

진짜로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 내 뒤로 그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 말은 자신 있게 하던데, 한번 얘기나 해 볼까?

-, 이 멍청아. 우리가 대가리 맞대고 의논한다고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 같냐? 허튼 소리 할 시간에 잠이나 더 자라.

 

-그래도, 밑져야 본전 아니.....!

, 으악 !! X!!!!

 

갑자기 들려온 욕설에 나는 멍 때린 채 있다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왜 그래?

 

그들은,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그저 고갯짓으로 내게 천장을 보라고 일러주었다.

 

대체 천장에 뭐가 있기에

 

저 녀석들이 하나같이

 

잔뜩 겁에 질려 떠는 건가 싶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시퍼렇게 빛나며 하늘하늘 거리며 움직이는 괴물이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그것을 본 나도 당연히, 그들처럼 기겁을 하며,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엄청난 공포로 인해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이 괴물이 방금 저들이 말했던 그것이구나 싶었다.

 

-야이 제기랄, 또 저 괴물이 들어왔어!

 

-어서 피해 ! X! X됐네.

 

-야 신입! 너도 어서 피해 임마!

 

-그래......하아.......나처럼 가만히 있다간......어라? 어엇!

 

 

 

무기력한 표정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힘 빠지게 말하던 그 친구는,

 

자신의 말처럼 괴물에게 잡혀 천장을 뚫고 밖으로 끌려나가버렸다.

 

-후우...... 저런 멍청한 놈.

 

-그러게,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

 

-이제 하나 줄었으니 다섯이네. 다음은 또 누가 될지 모르.....!

 

녀석들이 저마다 한 마디 씩 하며 떠들던 중,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그 괴물 놈이 내려와 한 녀석을 잡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제 넷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제 괴물이 다음에 내려오는 때는 언제인지,

 

그리고 그 타겟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몰랐다.

 

아니, 도저히 알 수가,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 나는 그제야 왜 그들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여기서

 

이러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저 괴물은, 우리가 힘을 합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렇게 두 녀석이 한꺼번에 괴물에게 잡혀가고 나서,

 

우리는 언제 또 녀석이 천장을 뚫고 들어와 우리를 잡아갈지 몰라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러다가 쏟아지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든 나는,

 

눈을 뜬 뒤에도 혹시 누군가 괴물에게 잡혀갔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머지 셋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휴우-, 정말 다행이었다.

 

간밤에 아무도 끌려가지 않았구나 싶어서.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에도

 

괴물은 오지 않았다.

 

뭔가 좀 싸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좀 뜸해진 괴물의 출현에

 

우리는 다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서로 주고받는 말도 많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간의 평화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다시 천장을 뚫고 나타난 그 괴물은,

 

그 동안 벼르고 있었는지

 

이번엔 남은 세 친구들을 한 번에 몽땅 잡아가 버렸다.

 

이젠 여기 이곳에는,

 

나 혼자만 외톨이로 있게 되었다.

 

홀로 남겨진 나는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또 그 괴물이 천장을 뚫고 내려온다면,

 

그 때는 분명히 내 차례일 거라는 생각에.

 

그리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 때가 오고야 말았다.

 

지난번에 나타났을 때처럼,

 

그 괴물 놈은

 

사납게 천장을 뚫고 내려왔다.

 

나는 어떻게든 그 놈을 피해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나의 움직임은

 

그 괴물 놈에 비해 너무나 느렸다.

 

결국, 먼저 갔던 친구들처럼 그놈에게

 

붙잡혀서, 강제로 끌려 나갔다.

 

방 밖으로 나오니,

 

그 괴물의 꼬리 끝을 감싸 쥐고 있는

 

다섯 갈래의 우악스런 기둥들이 보였다.

 

그리고 , 다른 한 쪽에서 나를 삼킨 괴물의 뱃속으로

 

그것들과 같은 모양의 것들- 다섯 개의 기둥들-

 

불쑥 들어와 내 몸을 움켜쥐곤,

 

그대로 꺼내어 바깥에 내동댕이쳤다.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푸들거리며 경련이 일어나는 내 몸 위로,

 

차가운 물줄기가 와락 쏟아져 내렸다.

 

방금 전의 충격으로

 

어딘가가 잘 못되었는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번쩍이며 내게로 내려오는 거대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다음 순간,

 

그 번쩍이는 거대한 물건이 내 살가죽을 벗기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나의 살을 얇게 발라내어

 

썰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살을 모두 발라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미 내 온몸의 살들은 발라진 채

 

뼈만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있었다.

 

엄청난 고통으로 숨이 가빠왔다.

 

-으으으....... 먼저 끌려나왔던 녀석들도 이렇게 되어

 

죽은 건가...... 나처럼, 이렇게 끔찍하게......

 

 

내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지막 남은 한숨을

 

뱉으려고 하기도 전에,

 

내 머리는 뼈만 남은 몸통에서 분리가 되었다.

 

머리 없는 내 몸통도, 그 번쩍이는 거대한 것에

 

큼직큼직하게 썰려 토막이 나 버렸다.

 

 

-제기랄, 잔인한 괴물 놈들......

너희들은 대체,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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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오래 걸리네, 아직 멀었어요?”

 

모처럼 기분을 내려고 횟집에 외식을 나온 연인 두 명이,

 

주문한 메뉴가 늦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주방장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는 관록이 붙을 대로 붙은 사람이라,

 

조금도 얼굴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사람 좋게 미소지으며

 

친절한 말투로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다 보니, 그들도 더 이상 짜증을 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뒤,

 

생각보다는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늦지는 않게

 

음식이 그들 앞에 놓여졌다.

 

 

~! 손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광어 C코스!

광어 한 마리로 뜬 광어회 한 접시에 회 뜨고 남은 걸로 매콤 시원하게 끓인

서더리탕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쇼! 하하하하. 그리고 늦었으니까

  개불 한 접시 무료로 서비스!”

 

어머, 주방장님, 감사해요. 아까 짜증내서 미안했어요.”

됐어, 자기야. 왜 사과를 해. 어서 먹자, 이야~ 정말 맛있겠다.

자기 ~’ 해봐. 내가 먹여줄게.”

 

못 말린다니까, 정말, ~.”

 

여자의 입 안으로 들어간

 

광어의 살점이 쫄깃하게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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