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53459





책 속의 길과 세상의 길을 연결시키지 못하면...

자꾸만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 책을 읽으라 하잖아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근사록>이라는 책을 보면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러니 다독이냐 정독이냐, 일 년에 몇 권을 읽느냐, 이런 것은 별 의미 없는 것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도 그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나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죠. 책에 의해서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 없는 거죠. 
책은, 우리가 모든 세상과 직접 관계해서 터득하고 경험의 결과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보조적인 수단으로 필요한 것이에요. 세상을 아는 여러 가지 수단 중 하나인 것이지요.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그러는데, 
내가 보니까 책 속에는 길이 없어요. 길은 세상에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책을 읽더라도,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세상의 길과 연결을 시켜서, 책 속의 길을 세상의 길로 뻗어 나오게끔 하지 않는다면 그 독서는 무의미한 거라고 생각해요.

책과 그림, 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독서의 가치를 폄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제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럴 거에요. 나는 책을 매우 많이 읽은 사람입니다. 우리 시대, 내 또래 사람들은 책을 지금 젊은이보다 많이 읽었을 거에요. 
그때는 영화도 시원한 게 없고. 컴퓨터도 없었죠. 음악도 뽕짝과 군가가 전부였어요. 그 시대는 가난하고 참 빈곤하고 지금처럼 다양하지 못한 시대였는데, 지금보다 훨씬 좋은 점도 있었어요. 책과 그림(미술) 이외에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죠. 책과 그림으로 문화와 미의식을 받아들였어요. 이것은 상당히 고급인 인문주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이거든요. 그것이 우리들의 바탕이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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